그대가 생각났습니다
이정하
햇살이 맑아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비가 내려 또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전철을 타고 사람들 속에 섞여 보았습니다만
어김없이 그대가 생각났습니다.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았습니다만
그런 때일수록 그대가 더 생각났습니다.
그렇습니다. 숱한 날들이 지났습니다만
그대를 잊을 수 있다 생각한 날은 하루도 없었습니다.
더 많은 날들이 지나간대도
그대를 잊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날 또한 없을겁니다.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일이라지만
숱하고 숱한 날 속에서 어디서 무엇을 하건
어김없이 떠오르는 그대였기에
감히 내 평생
그대를 잊지 못하리라 추측해봅니다.
당신이 내게 남겨준 모든 것들,
그대가 내쉬던 작은 숨소리 하나까지도
내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는 것은
아마도 이런 뜻이 아닐런지요.
언젠가 언뜻 지나는 길에라도 당신을 만날 수 있다면
스치는 바람결에라도 그대를 마주할 수 있다면
당신께,
내 그리움들을 모조리 쏟아 부어놓고, 펑펑 울음이라도......
그리하여 담담히 뒤돌아서기 위해서입니다.
아시나요, 지금 내 앞에 없는 당신이여.
당신이 내게 주신 모든 것들을 하나 남김없이
돌려주어야 나는 비로소 홀가분하게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을
오늘 아침엔 장미꽃이 유난히 붉었습니다.
그래서 그대가 또 생각났습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그대를 떠올릴 수 있는 나는 행복한 사람인가요?
행복만큼 가까이 또 그만큼 멀리 있는 그대여
보이지 않는 사랑도 내겐 행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