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단
(구전동요의 음을 빌어)이성렬 글
내가 아홉살 나던 핸가 책보 마당에 던져 놓고
다라이에 물받아 뱃놀이 하는데
소주 한잔 걸치신 아버지 찌딱찌딱 마루에 앉아
나를 불러 하시는 말씀
(니, 구구단 한번 에- 보거라)
이일은 이 삼이는 육 사삼 십이 사팔이 삼십이
팔사는 (팔사는..)
(얘야, 팔사와 사팔이는 똑같은 기다.)
왜 사팔이와 팔사가 똑같은 걸까
개똥과 똥개는 다른건데
난 손에 쥔 장난감만 만지작 만지작
아버지 께서 하시는 말씀
(구구단을 몬하모 핑생 빌어 묵는다.)
(구구단을 잘 해야 훌륭한 사람 되능기라.)
지금은 가감승제 제곱근에 삼각함수까지 할 수 있지만
그 때 구구단을 못외워서일까
나는 지금 백수라네
아버지 말씀 새겨 들을걸
난자식을 낳으면 가갸거겨보다 구구단을 먼저 가르칠거다
울아버지 보고 싶다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