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걸린 고갯마루 바람이 불면
설익은 보리밭이 출렁거린다
바쁘던 일 손이 한산해지매
올해도 보리고개 걱정들 한다
조상님들 대대로 헛배 부르던
눈물나게 서러운 보리고개라
춘삼월 기나긴 날 해 떨어질 때
허기져 우는 아이 무얼 먹이랴
텃밭의 감자는 안 열렸더냐
무우밭의 장다리꽃 따다 먹이렴
집 나간 네 어미는 아니 오는데
서러운 보리고개 언제 넘기나
얘야 넌 보리밭에 가지를 마라
네 애비 보리고개 한이 되어
그 고개 못 넘기고 죽어 넘어져
애고 지고 밭고랑에 묻었다더라
할애비 제삿날은 돌아오는데
서러운 보리고개 언제 넘기나
(1974년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