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착해서 못난 식구들과
이웃들이 괜히 미웠습니다
마을에 돼지우리와 외양간
닭장이 똥냄새가 죽도록 싫었습니다
끊임없이 쏟아지던 눈보라에
겨울의 들판을 보면서 나는 다짐하곤 했습니다
보리가 파릇파릇 올라올 때면
언젠가는 저 산을 너머 넓은 세상으로 가리라
그리고 먼 훗날 돈 많이 벌어 돌아오리라
빌딩 사이로 해가 질 때 서풍이 불면
다시 다짐하곤 합니다 언젠가 그 산을 넘어
메밀꽃 하얗게 뿌려진 들판으로 가리라
그곳으로 돌아가 나는
빈털터리라는 것을 겸허하게 인정합니다
그리고 가난한 마음으로 어머니 앞에 서리라
착해서 미웠던 사람들과 고향의 두엄 냄새가
상처받은 마음과 모욕 받은 세월을 말끔히 닦아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