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달래 산천
- 신동엽 시
길가엔 진달래 몇 뿌리
꽃 펴 있고.
바위 모서리엔
이름 모를 나비 하나
머물고 있었어요.
잔디밭엔 장총을 버려 던 진 채
당신은
잠이 들었죠.
햇빗 맑은 그 옛날
후고구럿적 장수들이
의형제를 묻던.
거기가 바로
그 바위라 하더군요.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산으로 갔어요.
뻣섬은 썩어 꽃죽 널리도록.
남햇가.
두고 온 마을에선 언제인가. 눈 먼 식구들이
굶고 있다고 담배를 말으며
당신은 쓸쓸히 웃었지요.
지까다비 속에 든 누군가의
발목을
과수원 모래밭에선 보고 왔어요.
꽃 살이 튀는 산 허리를 무너
온종일
탄환을 퍼부었지요.
길가엔 진달래 몇 뿌리
꽃 펴 있고.
바위 그늘 밑엔
얼굴 고운 사람 하나
서늘히 잠들어 있었어요.
꽃다운 산골 비행기가
지나다
기관포 쏟아 놓고 가 버리더군요.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산으로 갔어요.
그리움은 회올려
하늘에 불 붙도록
뻣섬은 썩어 꽃죽 널리도록.
바람 따신 그 옛날
후고구럿적 장수들이
의형제를 묻던
거기가 바로 그 바위라 하더군요.
진디밭엔 담배값 버려 던진 채
당신은 피 흘리고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