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날 - 04:22
습기를 가득 머금은
젖은 바람이 불면
꽤 오래 널어 놓았던
빨래 향이 내 코를 스치고
시원하게 쏟아지는
간만에 내리는 비와
어슴푸레 들어오는
짙은 녹음에 푸르러진 창밖엔
지나온 내 여름날과 어린 날과
잊었던 나의 많은 기억들이
내 가슴 시리도록 드리워지는
어느 여름날
매미 소리가 불러낸
어릴 적 친구 목소리
그때는 뭐가 그렇게
다들 신나고 즐거웠었는지
생각나 꺼내다 보는
오래된 재생 목록엔
그 시절 모두 좋아한
그 노래들이 가득 담겨있어
지나온 내 여름날과 어린 날과
잊었던 나의 많은 기억들이
내 가슴 시리도록 드리워지는
어느 여름날
길어진 해를 핑계로 온종일 밖을 쏘다니다
어둑해진 마을에 모기향 냄새 배어 나오면
늦은 밤 티브이 앞에 모두 모여
주말의 명화를 보던
소중한 나의 짧은 여름날
지나온 내 여름날과 어린 날과
잊었던 나의 많은 기억들이
내 가슴 시리도록 드리워지는
어느 여름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