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서산에 해 기울고 황혼이 짙었는데
안 오는 님 기다리며
마음을 죄일 적에 동산에
달이 돋아 온 천하를 비쳐 있고
외기러기 홀로 떠서
짝을 불러 슬피 울 제
원망스런 우리 님을 한없이 기다리다
일경이경 삼사오경
어느덧 새벽일세 추야장
긴 긴 밤을 전전불매 잠 못들제
상사일념 애타는 줄 그대는 아시는가
얼씨구나 좋구나 지화자 좋네
아니노지는 못하리라
춘풍화류 번화시에 애를 끓는 저 두견아
허다공산 다 떨치고
내 창전에 와 왜 우느냐.
밤중이면 네 울음소리
억지로 든 잠 다 깨운다
잠을 자느냐 꿈을 꾸느냐
날 생각 하느라구 번민이냐
생각을 하고 또 생각해도
그대 화용이 그리워라
얼씨구 절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사랑 사랑이라니 사랑이란게 무엇인가
알다가도 모를 사랑 믿다가도 속는사랑
오목조목 알뜰사랑 왈칵달칵 싸움사랑
무월삼경 깊은사랑 공산야월
달밝은데 이별한 님 그린사랑
이내간장 다녹이고 지긋지긋이 애탠사랑
남의정만 뺏어가고 줄줄 모르는 얄민사랑
이사랑 저사랑 다 버리고 아무도
몰래 단둘이 만나 소곤소곤 은근 사랑
아~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일각이 삼추라하니 열흘이면 몇삼추요
제 마음 즐겁거니 남의 시름 어이알리
얼마 아니 남은간장 봄눈같이 다 녹는다
이내 한숨바람되고 눈물은 흘러 비가 되어
우리 임 자는 영창밖에 울면서 뿌려나주면
날 잊고 깊이 든잠 놀래여 깨우고저
아서라 쓸데 없다 마자마자마자해도
그대생각뿐이로다
얼씨구 절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한송이 떨어진꽃이 낙화진다고
설워마라 한번 피었다 지는줄을
나도 번연히 알건만은 모진손으로
꺽어다가 시들기전에 내버리니 버림도
쓰라리거든 무심코 밟고가니 긴들아니
슬플소냐 숙명적인 운명이라면
너무도 아파서 못살겠네
얼씨구 절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나를찾네 나를찾네 그 누구라 나를찾나
기산영수 별건곤에 소부허유가 나를찾나
백화심처 일승귀라 춘풍석교 화림중에
성진화상이 나를찾나 청산기주 백로탄에
여동빈이가 나를찾나 도화유수 무릉가자
어주속객이 나를찾나 수양산 백이숙제
고사리 캐자구 나를찾나 부춘산
엄자릉이 간의대부 마다하고
칠리동강 일사풍에 함께 가자구
나를찾나 차산중 운심한데
부지처 오신 손님
날 찾으리 없건마는 그 누구라 나를찾나
얼씨구 절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