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멘 음악대

박소정
앨범 : 현직 유치원 선생님이 들려주는 그림형제 명작 동화 3
작사 : 박소정
작곡 : Mate Chocolate

어느 한적한 오후, 작은 농장에 딸려 있는 헛간에서
당나귀가 햇살을 맞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어요.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농장에서 쉬지 않고
열심히 일만 해왔던 당나귀였어요.
지금은 나이가 많이 들어서 조금만 일을 해도
금세 지쳐버리곤 했습니다.
지금도 당나귀는 해야 할 일이 많았지만
너무 힘이 들어서 잠시 쉬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농장 주인은
걸핏하면 휴식을 취하는 당나귀가 못마땅했습니다.
당나귀가 조금만 쉬려고 하면 농장 주인이 나타나
어서 빨리 일하라고 당나귀에게 화를 냈어요.
당나귀는 지금까지 열심히 일해왔던 건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하루 종일 일만 시키려는
농장 주인이 야속하기만 했습니다. 농장 주인은 당나귀가
더 이상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농장 주인은 당나귀를 시장에 내다 팔기로 결심하고
아들에게 다음 날 같이 당나귀를 팔러
시장에 가자고 얘기했습니다.
때마침 당나귀가 농장 주인의 말을 듣게 됐어요.
당나귀는 평생 일만 시키다가 이제 와서 자기를 내다 팔려는
농장 주인에게 너무 화가 났습니다.
당나귀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농장을 도망쳐 나왔어요.
평생을 농장에서 일만 하던 당나귀는 어디로 가야 할지
한참을 고민한 끝에 브레멘으로 가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브레멘은 농장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곳에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언제나 활기차고 유쾌한 도시였어요.
그리고 브레멘에는 실력 있는 음악대가 많기로
소문난 곳이었습니다.
당나귀는 브레멘 음악대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당나귀는 어려서부터 자신의 말발굽 소리를 이용해
신나는 리듬을 연주하곤 했거든요. 분명 브레멘 음악대에서도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편, 농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들판에
힘이 다 빠진 개가 한 마리 있었습니다.
그 개는 사냥꾼과 함께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냥꾼이 총을 쏘면 사냥감을 물어다 주던 사냥개였어요.
하지만 사냥개가 나이가 들자
사냥감을 물어 돌아오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게 됐어요.
가끔 사냥개의 몸 상태가 좋지 않은 날에는
사냥감을 찾지 못하고 그대로 돌아온 적도 있었습니다.
보다 못한 사냥꾼은
젊고 날쌘 강아지를 새로 키우기 시작했고
함께 지냈던 사냥개를 버렸습니다.
주인에게 버림받은 사냥개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근처를 어슬렁거리다가 잠을 청하기 위해
들판에 자리 잡았던 것이었습니다.
마침 브레멘으로 향하고 있던 당나귀가
사냥개를 발견하고는 반갑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당나귀는 혼자 그 먼 길을 걷다 보니 외로워하던 차였거든요.
하지만 사냥개는 당나귀의 인사를 시큰둥하게 받아주었습니다.
사냥개는 주인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 때문에
삶에 대한 의욕이 없었거든요.
당나귀는 사냥개가 우울해하는 모습을 보고
무슨 일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사냥개는 당나귀가 귀찮으면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당나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어요.
당나귀는 사냥개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한편
자신이 어쩌다가 농장에서 도망쳐서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이야기해줬습니다.
그 둘은 서로의 처지가 비슷한 것을 깨닫고
금방 친구가 되었습니다.
사냥개는 당나귀가 브레멘으로 가서
음악대에 들어가려고 한다는 말을 듣고
당나귀를 따라가기로 했어요.
어차피 사냥개는 갈 곳도 없었고,
무엇보다 사냥개 역시 음악을 매우 좋아해서
노래 부르는 것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브레멘 음악대를 향한
당나귀와 사냥개의 여정이 이어졌어요.
머지않아 오솔길을 지나고 있던 당나귀와 사냥개의 앞에
고양이가 나타났어요.
당나귀 말발굽 소리에 맞춰 부르는 사냥개의 노랫소리를 듣고
둘을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고양이는 동네에 있는 모든 쥐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날쌘 몸을 갖고 있었지만 당나귀와 사냥개처럼, 나이가 들자
더 이상 쥐를 제대로 잡을 수 없게 된 고양이였습니다.
주인은 고양이가 더 이상 쥐를 제대로 잡지 못하자
물 한 모금도 주지 않았습니다.
고양이는 먹을 것을 찾아 집에서 도망 나온 상황이었어요.
고양이는 당나귀와 사냥개가 브레멘 음악대로 간다는 말을 듣고
함께 가게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당나귀와 사냥개는 갸르릉거리는 고양이의 목소리가 더해진다면
음악대에 들어가기 더 쉬워질 거라 생각했어요.
고양이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기로 하고
그 셋은 다시 브레멘을 향해 길을 떠났습니다.
시간이 흘러 어느 날 아침,
당나귀, 사냥개, 고양이는 커다란 농장 옆을 지나가게 됐어요.
때마침 아침이 밝아오는 시간에 맞춰 농장에 있던 수탉이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습니다. 셋은 지금까지 들어본 적 없는
가장 큰 울음소리에 깜짝 놀랐어요.
저 정도의 목청을 갖고 있다면
브레멘 음악대에서도 크게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당나귀는 수탉을 찾아가
브레멘 음악대에 같이 가지 않겠냐고 제안했습니다.
당나귀의 제안에 수탉이 뛸 듯이 기뻐했어요.
수탉은 한평생 농장의 아침을 책임져왔지만,
농장 주인이 내일 자신을 잡아먹겠다는 말을 들은 직후였거든요.
꼼짝없이 죽을 거라 생각해서
마지막으로 있는 힘껏 울고 있었던 수탉은
크게 고민할 것도 없이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당나귀, 사냥개, 고양이 그리고 수탉은
나이가 들었지만 아직 자신들의 쓰임새가 있을 것이란
희망을 품고 브레멘 음악대가 되기 위해 힘차게 나아갔습니다.
하지만 브레멘은 너무나 먼 곳이었기 때문에
네 마리의 동물들은 점점 지쳐갔습니다.
매일 큰 나무들을 찾아 잠을 청했지만
밤이슬을 피할 순 없었어요.
먹을 것도 늘 풍족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더더욱 힘들게 다가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김없이 큰 나무 밑에서 간신히 자리를 잡고
옹기종기 모여 잠을 청하고 있던 밤이었어요.
모두가 지칠 대로 지쳐 그 누구도
섣불리 말을 꺼내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때, 높은 나뭇가지 위에서 자리를 잡았던 고양이의 눈에
반짝이는 빛이 보였습니다.
작은 오두막집에서 흘러나오던 따뜻한 빛이었어요.
고양이는 잠에 들려던 친구들을 깨웠어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오두막에 가서 잠을 청하자고 설득했습니다.
더 이상 찬바람을 버티며 잠드는 게 힘들었던 모두는
지친 몸을 이끌고 오두막으로 향했습니다.
마음씨 좋은 사람을 만난다면 따뜻한 지붕이 있는 헛간이라도
내어주지 않을까 기대하면서요. 오두막에 도착한 그들은
조심스레 오두막 창문으로 안을 살펴봤습니다.
제발, 인상 좋은 사람이 나타나라!
하지만 이럴 수가. 마음씨 좋은 사람이 나타나긴커녕
못된 도둑들이 점령하고 있던 아지트였어요.
도둑들은 하루 종일 여기저기서 훔쳐왔던 돈과 보석들을
식탁 위에 자랑했어요. 그러면서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들을
가득 깔아놓고 잔치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동물들은 배가 너무 고팠고 따뜻한 집에서 잠도 자고 싶었어요.
동물들은 못된 도둑들을 집에서
내쫓을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당나귀와 사냥개, 고양이와 수탉은 이내 머리를 맞대고
한가지 꾀를 냈습니다. 당나귀가 창문에 앞발을 걸쳐
몸을 일으켜 세웠어요. 그 위로 사냥개가
당나귀의 등에 올라타 최대한 몸집이 커 보일 수 있도록
허리를 쭈욱 폈습니다. 이제는 고양이가 사냥개의 허리 위로
사뿐히 올라앉았고 마지막으로 수탉이 고양이의 머리 위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네 마리의 동물들은 신호에 맞춰
자신들이 낼 수 있는 가장 큰 소리를 내기 시작했어요.
당나귀는 땅바닥을 세게 차며 말발굽 소리를 내고,
사냥개는 사냥감을 위협하던 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했습니다.
고양이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고
수탉은 오늘이 끝인 것 마냥 목청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얼마나 소리가 컸던지
오두막 창문이 흔들거릴 정도였습니다.
신나게 잔치를 벌이며 술에 취해 있던 도둑들은
갑작스러운 큰 소리에 너무 깜짝 놀랐어요.
들고 있던 술잔도 떨어트리고 이미 잠에 빠져 있는 도둑은
눈을 크게 뜨며 잠에서 깼습니다. 도둑들은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창문을 바라봤습니다.
창문에 비친 것은, 형체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아주 커다랗고 기괴한 그림자였어요. 도둑들은 그 그림자가
당나귀, 사냥개, 고양이 그리고 수탉이 만들어낸
실루엣이란 것을 알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림자가 너무나 무섭게 보였기 때문에
자세하게 살펴볼 여유가 없었거든요. 도둑들은 혼비백산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습니다. 누구는 거인이라고 했고,
누구는 괴물이라고 소리치면서 말이에요.
머지않아 오두막은 아무도 없는 텅 빈 집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텅 빈 집 식탁 위로는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이 한가득 있었고 모닥불 덕분에
따뜻한 공기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동물들은 자신들의 꾀가 통한 것에 크게 기뻐하며
오두막으로 들어갔습니다. 지붕이 있는 따뜻한 곳에서
배부르게 음식을 먹는 게 얼마 만인지
동물들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밤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한편 도망친 도둑들은 오두막이 멀지 않은 곳에서
다시 모였습니다. 오두막을 다시 되찾아야겠다고
날이 밝을 때까지 머리를 맞대고 있었어요.
정신없이 도망치는 통에, 훔쳤던 돈과 보석들을
그대로 오두막에 두고 나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도둑들은
같이 힘을 합칠 생각은 하지 않고, 누군가 한 명이 가서
돈과 보석들을 들고 오길 원했습니다.
아무리 날이 밝았다고 해도, 요란한 소리를 내던
무시무시한 거인 괴물을 마주칠 용기가 없었거든요.
그들은 내기를 통해서 꼴찌를 가리고,
꼴찌가 모든 것을 책임지고 오두막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그중 가장 나이가 어린 막내 도둑이 내기에서 졌어요.
어린 도둑은 너무나 무서웠지만 도둑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혼자 조용히 오두막으로 향했습니다.
어린 도둑은 오두막에 다다르자 창문을 통해 오두막 안을
들여다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한참을 그렇게
안을 살피던 어린 도둑은, 오두막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며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오두막 안에는
동물들이 모두 숨을 죽이고 몸을 숨기고 있었답니다.
고양이의 밝은 귀와 사냥개의 코 덕분에
도둑이 오는 것을 미리 알아차릴 수 있었거든요.
어린 도둑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몸을 숨기고 있던 동물들이 한꺼번에 나타났습니다.
고양이는 도둑의 얼굴을 할퀴었습니다.
얼굴을 부여잡고 아파하느라 앞을 보지 못하고 있던
도둑의 다리를 이번엔 사냥개가 물어버렸습니다!
고통에 아파하며 뒷걸음질 치던 도둑의 엉덩이를
당나귀가 뒷발로 차버렸어요. 바닥에 나뒹구는
도둑의 귀에 대고 수탉이 소리를 질렀습니다.
어린 도둑은 헐레벌떡 도망치며 도둑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린 도둑은 오두막을 가리키며
사악한 마녀가 살고 있다고 외쳤습니다.
마녀가 긴 손가락으로 자신의 얼굴을 할퀴더니
자신을 잡아먹기 위해 뾰족한 송곳니로
다리를 물어버렸다고 외쳤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자
자신을 집 밖으로 차버리더니 다시는 오지 말라고
기괴한 소리를 내었다고도 말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도둑들은 그 말을 쉽사리 믿어주지 않았습니다.
어린 도둑은 울면서 다른 도둑들에게
온몸의 상처를 보여주었습니다. 그제서야 도둑들은
오두막에 마녀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슬그머니
도망가기 시작했습니다. 오두막에 두고 온 돈과 보석들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말이에요. 그 이후로 오두막엔
아주 무시무시한 마녀가 살고 있다는 소문이
온 나라에 퍼지게 됐습니다. 소문 덕분에 아무도 그 오두막에
가까이 가려고 하지 않았어요. 네 마리의 동물들은
도둑들이 놓고 간 돈과 보석들 덕분에
큰 부자가 되었고, 지붕이 있는 따뜻한 집에서
매일 편하게 잠들 수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꼭
브레멘 음악대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은 채
네 마리의 동물들은 하루하루 즐거운 날들을 보내며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과연 그들은 브레멘 음악대가 되어서
사람들 앞에서 멋진 음악을 뽐낼 수 있는 날이 오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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