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옛날, 어느 마을에 배좌수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어요.
배좌수라는 사람에게는 착한 두 딸,
장화와 홍련이 있었지요.
장화와 홍련은 일찍 어머니를 여의었지만,
마음씨는 곱고 훌륭하게 자랐어요.
이런 착하고 지혜로운 딸들에게
배좌수는 항상 이런 이야기를 했지요.
“너희 어머니가 너희를 가졌을 때,
아주 귀한 꿈을 꾸었다고 하더구나.
장화를 가졌을 때는 거대하고
위풍당당한 할머니와 선녀가 나타났었지.
그 할머니가 어머니에게 ‘이리 오너라’ 하더니,
글쎄 선녀가 어머니를 품에 꼭 안았다고 하더구나.
홍련이, 너를 가졌을 때도 그 거대한 할머니가
선녀를 너희 어머니 품에 안겨주셨어.
그 꿈을 꾼 후에 너희가 세상에 나온 거란다.
이 아비에게 너희는 선녀와 같은 자식이야.”
장화와 홍련은 지혜롭고 다정했던 어머니 이야기와
태몽 이야기를 매번 아버지께 듣고 자랐어요.
장화와 홍련은 어머니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어머니가 너무 보고 싶어 쓸쓸한 마음을 느꼈어요.
하지만 장화와 홍련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지냈기에,
시리고 쓸쓸한 마음을 달랠 수 있었어요.
그렇게 장화와 홍련, 그의 아버지 배좌수는
마을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었답니다.
한편, 마을 사람들은 혼자 아이를 키우는
배좌수에게 계속 혼처를 알아보라 닦달했어요.
“에구, 지금 나이 때라도 혼처를
새로 들여야 맞지 않겠어?
그러다가는 아이들 다 시집가고 혼자 늙어 죽어.”
마을 사람들의 혀 차는 소리를 들은
배좌수는 깊은 고민에 빠졌어요.
자신의 전처가 생각나기도 했지만,
부인이 생기면 자신이 조금 더 편하게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건넛마을에 자기 딸과 결혼하면
쌀 백 가마니를 주겠다는 양반이 있는데,
그 양반을 한 번 찾아가 보시게.
어떤 사정이 있어 딸을
그렇게 내다 파는지 모르겠지만,
자네 집 살림에 큰 도움이 되지 않겠나.”
배좌수는 쌀 백 가마니라는 말에
토끼처럼 귀를 쫑긋, 세웠지요.
자신을 대신해 장화와 홍련을 돌봐주고,
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배좌수 마음을 가득 채웠어요.
거기다, 자신의 대를 이어줄 아들이
생길 수도 있을 거라는 희망에 배좌수의
마음은 금세 기대에 부풀었지요.
배좌수는 자신이 맞이할 부인이
어떤 사람인지 볼 새도 없이,
다음 날 건넛마을 양반을 찾아가
혼례를 맺겠다 맹세했지요.
장화와 홍련은 갑작스럽게
새로운 어머니가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어요.
어머니를 그리워하던 두 자매는 아직
새로운 어머니를 들일 준비가 안 됐기 때문이에요.
마음속 가득 일렁이고 있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장화와 홍련을 슬프게 했어요.
그런 자매의 마음을 한 톨도 알아채지 못한 배좌수는
며칠 후, 자신의 두 번째 부인인
호씨 부인을 맞이하게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