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이라고 함은
정해진 목적 없이
얽매인 데 없이
발길 가는 대로 갈 것
누굴 만난다든지
어딜 들른다든지
별렀던 일 없이
줄을 끌러 놓고
가야만
하는 것
인생에 속은 채
인생을 속인 채
계절의 힘에
놀란 채
밤낮도 잊은 채
지갑도 잊은 채
짝 안 맞는
양말로
산책길을 떠남에
으뜸가는 순간은
멋진 책을 읽다
맨 끝 장을 덮는 그때
인생에 속은 채
인생을 속인 채
계절의 힘에
놀란 채
밤낮도 잊은 채
지갑도 잊은 채
짝 안 맞는
양말로
산책길을 떠남에
으뜸가는 순간은
멋진 책을 읽다
맨 끝 장을 덮는 그때
이를테면 봉별기의
마지막 장처럼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
굽이굽이
뜨내기 세상
그늘진 심정에
불 질러 버려라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