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난
커다란 세상에 나갈
준비가 안 된 것 같아
철없고 쑥스러웠던 그 시절에
조금은 그리워 하나 봐
가을 하늘 곤히 들여보던
별 같은 눈동자는
어느새 빛을 잃어가고
지친 밤을 새우지만
그래도 창문 두드리는 여우비 소리에
귀를 기울여 봐
잠 들기 전 너의 이야기를
요란하게 또 고요하게 다독여줄테니
짙은 하늘에 수 놓은 별들에
눈을 마주쳐 봐
내일은 더 예쁜 맘을 담아
온전히 전해주겠다고 약속해
가을 하늘 아래 뛰어놀던
꿈 많던 그 아이는
포기한 것이 더 많지만
지금의 날 보면 고맙다며
웃어 보일 수 있을까
그 때 처럼
볼에 스치는 실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여봐
걸어가는 너의 무거운 맘을
날카롭게 또 부드럽게 다독여줄테니
깊은 바다에 번지는 별들에
눈을 마주쳐봐
내일은 더 밝은 빛을 담아
온전히 비춰주겠다고 약속해줄게
붉게 물든 도로 위에
내딛은 고양이처럼
호기심 가득 담고서
새로운 세상을 봐
우연히 마주친 나무 아래 낙엽들도
색을 잃어가고 있어
내일이 오면 더 이상
사라져버릴지 몰라
그래도 다음 계절의 노래를 기대하며
노란 열매를 그려봐
가을 하늘 가득 담아
더 짙은 향기를 줄게
아직 난
커다란 세상에 나갈
준비가 안 된 것 같아
한없이 맑게 웃었던 그 시절을
여전히 그리워 하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