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여 심청이 남경장사 선인들께 공양미 삼백석에 몸이 팔려
부친께 하직인사 허고 저 건너 인당수로 길을 떠나는디
따라간다 따라간다
선인들을 따라간다
끌리는 치마자락을 거듬거듬
걷어안고
비같이 흐르난 눈물 옷깃에 모두 다 사무친다.
엎어지며 자빠지며 천방지축 따라갈제
건너마을 바라보며
나는 오날 우리 부친 떠나
죽으러 가는 길이로다
손님아
손님네 본을 받고
손님네 안천를 받세
꽃은 꺾어 머리에 꽂고
잎은 띠어 지경에 물고
환생초 손에다 들고
극락가고 세왕 갈적
극락세계로 가자서라
남녀노소 없이 눈이 붓게 모두 울고
하느님이 아옵신지 백일은 어디 가고 음운이 자욱허여
청산도 찡그난 듯
묻노라 저 꾀꼬리 뉘를 이별허였간디 환우성 지어 울고
뜻밖의 두견이는 귀촉도 귀촉도 불여귀라
값을 받고 팔린 몸이 내가 어이 돌아오리
죽고 싶어 죽으랴마는 수원수구 어이허리
걷는 줄을 모르고 울며불며 길을 걸어 강변을 당도허니
선두에다 도판을 놓고 심청을 인도허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