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작은 글씨가 잘 안보여서
소설에는 관심이 없지만
매일 그녀와 연락하는 친구들이
많아 삶이 무료하진 않아
밝은 모습에 섬세한 말씨 그녀는
감수성이 풍부할테니까
독서를 할 수 있다면 행복할테니
예쁜 안경을 선물해주자
내게 도수를 알려준 것도
그런 이유일 거야
이런 식으로 숨겨
메시지를 보내도 난 알 수 있어
안경테가 이리저리 바뀌어가는
얼굴을 그리던 찰나
저기 건너편에서 본 적 없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말았네
왜 난 언제나 난 언제나
늦게 알아차리는 걸까
그런 말투와 표정 모두
나를 보고 있는 게 아니었어
난 언제나처럼 지켜만
보고 있을 수밖에 없어
까치발로 입술을 포개고
저기 음악 속으로 멀어지네
어느새 오늘 처음 보았던
보도블럭 앞으로
다시 돌아와버렸네
신발에는 마구 무늬가 그어진 채로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만 같은
얄궂은 이야기 속의
아무 말도 건네지 못하고 퇴장하던
답답한 주인공처럼
왜 난 언제나 난 언제나
늦게 알아차리는 걸까
그런 말투와 표정 모두
나를 보고 있는 게 아니었어
난 언제나처럼 지켜만
보고 있을 수밖에 없어
까치발로 입술을 포개고
저기 음악 속으로 멀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