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여 별주부는 토끼를 꾀어 데려갈 마음으로 토끼를 추는디 퇴선생 얼굴도 잘났거니와 글 또한 문장이요 그려 잘났소 잘났어 이세상에서 몰라서 그렇지 우리 수궁 들어가면 오위영문 도대장은 꼭 따다 먹겄소 잘났소 잘났어 이리 추어노니 토끼란 놈 좋아라고 이리 찌웃 저리 찌웃 허다가 그나저나 별주부는 이 세상에 뭣하러 나오셨소 내가 수궁서 듣자허니 세상풍경이 하도 좋다기로 완경차로 왔나이다 그런 퇴선생은 이 세상 무슨 재미로 살으시오 아 내 팔자 무쌍이지요 이 세상 경치 대강 일러 줄 테니 한번 들어 보실라요 어디 한번 해보시오
인적없는 녹수청산 일모황혼 저문 날에 월출동령 잠을 깨니 청림벽개 집을 삼고 값이 없는 산과목실 양식을 삼어서 감식허고 신여부운 일이 없어 명산 찾아서 완경헐제 여산동남 오로봉과 진국명산 만장봉과 봉래방장 영주 삼산이며 태산 숭산 영산 화상 만학천봉 구월산과 삼각계룡 금강산 아미산 수양산을 아니 본 곳 없이 모두 돌고 곤륜산 높은 봉을 은은히 올라가서 흑운을 박차고 백운을 무릅쓰고 여산의 낙조 경과 위수의 일출경을 완연히 세면허니 등태산 소천하의 공부자의 대관인들 이여서 더 하드란 말이냐 밤이면 완월허고 낮이 되면 유산헐제 강산풍경 흥미간의 지상 선인이 나뿐이랴 적송자 안기생을 나의 제자로 삼아두고 이따금 심심하면 종아리 때려가면서 노나니다 이러한 좋은 경치를 다 일러 주랴 허면 몇 날이 될 줄을 모르것구나
대처 이 세상 경치 무궁첩첩이요 그려 내가 퇴선생 얼굴을 가만히 보니 코가 유자 코요 발 맵시가 오입쟁이라 단정한 선비 같소 그려 잘났소 잘났어 그나저나 퇴선생이 나를 따라 수궁에 들어가면 모르되 이 세상에 있고 보면 미간에 화망살이 비쳐 죽을 지경을 꼭 여덟 번은 당하것소 그려 아 여보시오 초면에 무슨 그런 방정맞은 말씀을 허시요 아 거 꼭 그렇지요 거 어찌 그런단 말이요 내가 삼재 팔란 내력을 일러 드릴 테니 들어 보실라요 어디 한번 일러보오
일개한퇴 그대 신세 삼춘구추 다 지내고 대한엄동 설한풍에 만학의 눈 쌓이고 천봉의 바람칠 제 화초 목실 바이없어 앵무 원앙이 끈쳤다. 어둑한 바우 밑에 새우등 구부리고 발바닥 할짝할짝 터진 듯이 앉았을제 채운편월에 무관수 초회왕의 원혼이요 일월 고초에 북해상 소중랑 고상이로다 거의 주려 죽을 토끼 엄동설한을 겨우 지내고 벽도 홍행의 춘일월 주린 구복을 채우려고 이리저리 다닐 제 골골이 묻난 것은 엄작대기 목다래 봉봉이 섰난 건 매받은 응주라 목다래음 채거드면 결항치사가 대랑대랑 제수 고기가 될 것이요 몰이꾼 사냥개 반솔잎 떡깔잎 사이로 섶적 뛰어 갈제 토끼 놀래 호도독 추월자 매 놓아라 해동청 보라매 짓두루미 찌고 공작이 망월 도리랑새 툭 차고 방울새 떨렁 쭉지를 치고 주먹을 박차고 수루루 펄펄 달려들어 그대 귓전 양발로 덩그렇게 추어들고 꼬부랑한 주둥이로 양미간의 골치대목을 그저 팍팍 토끼 데그르르르 어허 그분이 방정 맞은 소리를 내 앞에 점 점 허는디 그러게 뉘 있간디요 산 중등으로 다니지요 중등으로 다닌 토끼 송하에 숨은 포수 오는 토끼를 노랴허고 불 잘 놓는 저 포수 풀 감투 풀삼 입고 방패 뀌미 앞 세우고 기척없이 앉았을제 그대 몸이 얼른 허면 상사 방 울에 왜물 조총 화약 덕사 실을 얼른 떠 반달 같은 방아쇠 고추 같은 불을 얹어 한눈 찡그리고 반만 일어서 가는 토끼 찡그리 대목을 그저 꾸루루루루 탕 토끼 데그르르르 어허 그분이 방정맞은 소리 말래도 그저 내앞에 점점 허는디 그러게 뉘 있간디 시원한 들로 다니지요 들로 다닌 토끼 초동 목동 아이들 몽둥이 들어 메고 들 토끼 잡으러 가자 없는 개 허구리니 허둥지둥 도망 갈제 선술 먹은 초군이요 그대 간장 생각 허면 백등칠곤곤하던 한태조 간장 적벽강 추야월에 소중랑 고상이라 짧은 꼬리를 샅에다 찌고 층암절벽 석산 틈에 정신없이 도망갈제 무슨 정신으로 완월 무슨 정신으로 유산 아까 안기생 적 송자 종아리 때렸다 그런 거짓 부렁이를 뉘 앞에다가 허랴 씀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