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지
둥근,
골목같은 여러 장소를 복잡하게 지나가다가 발견하는
어느 넓은 곳
둥근,
여러 사람들의 마음이 둥실 둥근, 둥글어지는,
뭐 그런 쉴만한 곳에 도착을 해서
붉은 색의 조명
주광색, 혹은 노란빛이 조금 섞여 있는
약간은 어둑한 듯도 한
뭐 그런 자리에 적당히 앉아보네
저쪽 자리에 카페가 하나 있길래 발걸음을 옮겨
무거운 궁둥짝을 떼어 다가가 커피를 한 잔
시켜 보았지 또 난
카페 라떼, 아이스로, 복잡한 길을 걸어 오느라
목이 말라 원한다네, 충분한 당분과 크리미한 맛 그리고
시원한 걸,
적당히 잔을 받아 카페의 바깥 테라스 자리에 앉았는데
이런저런 사람들이 돌아다니네
이런저런, 이런저런,
아이구 저런,
개중에는 뭐, 자기의 몸만한 캐리어를 끌고 가고 있는
낑낑대는 어느 여인네의 걸음도 보이고
사이가 영 좋지 않게 된 것인지
화가 난 듯한 표정으로 냉랭하게 걸어가는
커플도 있었다네
카페, 라운지, 재즈, 라운지,
어느 길목,
여행가들이 지나가는, 환승역 근처에 마련된,
작은 광장
그곳에 들어앉아
내부에 있는 카페 테라스 자리에 앉아
사람들을 흘겨보네
홀짝이는 카페, 라떼, 아이스의, 맛은 그럭저럭,
약간 달기는 한데 영 커피의 깊은 맛은 잘 느껴지질 않는데
사실 카페 라떼를 먹으면서 커피의 깊은 맛 어쩌구 하는 게
정신나간 소리일 지도 모르겠으나 뭐
재료를 좋은 것 이것저것 쓰면 다 맛있는 거 아니겠어
그럭저럭 가격만큼의, 혹은 비싼 정도의 맛이었다네
아무래도 자릿세가 비싸 이런 걸 팔지 않을까 한다네
다네, 다 내, 잘못이라고 여기기에 지난 날의 실수는
불가항력적인 것이 많았다네
마음을 고요하게 머금고 다시금 주위를 둘러보네
코훌쩍이는, 코찔찔이 꼬마애의
걸음도 보이고
종종거리며 좇아가는 그 앞에는 부모님의 걸음이 있었고
어느 노인도 시골에서 올라오는 것인지 혹은
시골로 내려가는 것인지 자기만의 짐들을 한참이나
이고서는 혹은 수레에 담아 끌며 걸음을 걷는다네
카페 라운지,
환승역 근처 실내 광장 곳곳에서는 음악이 흘러 나온다네
아마 이 곳을 관리하는 관공서에서 트는 게 아닐까 싶은
그런 재즈풍의,
썩 명작이라고 할 수 없는
그럭저럭 소음이 안 되게 빈 공간을 채워줄만한
뭐 그런 곡이 나오고 있었는데
그다지 취향은 아니었지만
또 영 귀에 거슬리는 수준도 아니기에
뚱한 표정을 짓고서는 그저 담담하게
찬 음료만 들이키고 있어,
내,
사연은 별 것 아니기에,
그저 뒤켠으로 하고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본다네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듯 들뜨고 기쁜 표정의
여인, 사내, 노인, 아이, 여러 사람들의,
사연을 짐작하며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것은
나름대로 또 재미가 있고 실속있는 시간 죽이기의
한 방법일지 모른다네 다른 사람들의
사연에 관심을 갖는 것도 내 인생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일일지 모른다지
가지고 온 돈은 얼마 없기에
나는 그렇게 가만히 앉아 고민을 하는데
다시 돌아가야 할 지
아니면 이곳에서 먼 여정을 떠나야 할 지
결정을 해야 한다지
가지고 있던 돈은 모두 그 여인이 들고 있었는데
오는 길에 사소한 다툼이 커졌고, 결국 여행이
파토가 날 정도로 심하게 싸워서 헤어지고 말았다지
이대로 연락이 닿지 않으면 그대로 인연이 끝나버릴
수도 있을 정도로 대판 싸웠고, 나는 별다른 짐도 없이
티켓만 가지고서 이 라운지에 홀로 도착을 했지
티켓 자체는 내가 산 것이니까
동행인 분의 티켓을 환불받아서 그 값으로
여행 비용을 충당할까, 도 생각을 했는데
홀로 떠나는 여행이 과연 재미가 있을런지에 대한
해답이 없기에 나는 고민을
고민을 고민에 고민을
더하며 시간을 죽이고 있었네
생각보다 라운지에는 빨리 도착을 했고,
출발하는 열차의 시간은 아직도 한참을 남았다지
동부로 떠나는 긴 열차를 타면
아마 돌아오는 날까지 몇 주는 있어야 할텐데
과연,
내가 뭐 얼마나 그곳에서 여행을 즐기고 올 수 있을까
그리고 또 이렇게 헤어져버린 인연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는가
연락을 과연 먼저 해야 하는 것일까,
그런 마음을 담아 괜히 커플들의
얼굴과 표정, 걸음걸이에 눈이 가는 걸지도 모르겠네
약간은 어둑한 조명
실내는 낮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밝지는 않고
약간 그늘진 공간에
환기는 그럭저럭 잘 되는 듯 탁하지 않은 공기에
초보자가 대충 뚱땅거린 듯한 재즈 사운드가
은은하게 흘려 퍼지는데
내 심기는 점점 불편해지고 있었고
나는 마침내 여러가지 것들에 대해
결심을 하곤,
자리에서 일어나기로 했다네
다 마신 카페 라떼의 잔은 카운터에 반납을 하고서
이제 핸드폰을 열었다지
홀로 떠나는 여행길이
과연 무엇을 품고 나를 반길지
한 치 앞도 모르지 만
비만한 살이라도 뺄 겸
어딘가 멀리 갔다오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그리고 또한 각자 있는 시간도
필요할 지 모르기에
그저 가벼운 맘으로 거리를 걸어가기 시작했다네
뚱땅뚱, 거리는
피아노 소리나, 혹은 착착착 거리는
퍼커션같은 소리에 미적거리며 박자를 맞추며
걷는다네,
건드리기엔
어려운 문제를 마음에 품고서
영 찜찜한 여행길을 오른다, 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