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의 실루엣을 아는가?
지혜로운 양치기들은 알지
저 언덕 너머로 다가오는
실루엣
내가 기르는 개인지
늑대인지 알 게 뭐야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여순(麗順) 은 이념의 약탈자들의
실루엣이었지
누구도 모르고 속으로 삼킨
황혼에 얼비친 슬픈 주검들
또 다른 새벽에 떠나는
사람들은 달을 등지고
떠나다 지리산 그늘에서
억울한 혼령들을 만났을 거야
흡뜬 눈길에 연민의 사랑을
만났을 거야 만났을 거야
오늘은 내가 너를 죽이고
내일은 또 다른 누군가
나를 죽이는 일을
어떻게 알겠어
아직도 벌교 방죽에서 보는
황혼은 슬프기만 해 아직도 슬프기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