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와인을 따 마신다
알콜에 약한 내 머리가 쓰려온다
컴퓨터 화면에 비친 나의
얼굴을 보며 느낀다
나 슬슬 꺾여간다
벌써 이틀이 지났어 샤월 한 지도
난 컴퓨터 티비
드라마도 다 지겨워
하나 있다는 동생까지도
날 못미더워 하지만
엄마는 여전히 날 믿어
그런 은혜에 보답할 길이 없네
일은 많아 다만 내가 할 일이 없네
내가 나온 학과 대학은
알바나 하래
세상은 날 필요치 않아
한국 미국 영국 드라마나
영화광이고 밤에나 일어나
멍하니 세월을 보내는 게 일이니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는 큰일이지만
막상 난 아무렇지도 않아
현실감을 잃은 걸지도
내 인생 사실이 아녔으면 해
이게 다 깨어보니 꿈이었으면 해
싸구려 와인을 따 마신다
알콜에 약한 내 머리가 쓰려온다
컴퓨터 화면에 비친 나의
얼굴을 보며 묻는다
나 이대로 끝인가요
난 어릴 적 꿈이 참 많았던 애
초등학교 때는 칭찬받던 애
근데 인생이란 건 진짜 이상해
난 내가 흉보던
어른들을 닮아가네
잠깐 딸꾹질이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딱 나 같던 애들도
어디론가 떠나갔어
직업이 아니라면
사랑이라도 찾아서
근데 나만 여기 이렇게 남아서
외로운 줄도 모르고
방구석 자리에
만 원을 넘지 않는 싸구려 와인에
하루 종일 컴퓨터나 하며
타인의 삶을 훔쳐보자니
내 신세가 초라해지네
싸구려 와인을 따 마신다
알콜에 약한 내 머리가 쓰려온다
컴퓨터 화면에 비친 나의
얼굴을 보며 잊는다
이렇게 가만히
이렇게 가만히
이렇게 가만히
싸구려 와인을 따 마셔
싸구려 와인을 따 마셔
싸구려 와인을 따 마셔
싸구려 와인을 따 마셔
싸구려 와인을 따 마신다
싸구려 와인을 따 마신다
싸구려 와인을 따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