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민들레꽃 피운
사람 있었다지 정말일까
치열한 데모 중
전경 던진 돌에 맞아
그의 머리가 깨져 하루
낮 하루밤을 걸친
대수술 끝에
그는 깨어났지
그의 깨진 머리틈으로
약간 붉은 회백색의
뇌가 보여
창피해서 늘 모자를
쓰고 다녔지요
어느 봄날 친구들과
잔디밭에 앉아 이야기하다
무심코 모자를 벗었답니다
산들산들 봄바람
민들레 꽃씨하나
모르게 그의 머리로
내려 앉았죠
내려 앉았죠
간질간질 했지만 꽃을
무지 좋아해 그냥
내버려두었지요
그의 뇌수를 영양분 삼아
초록 새순이 돋아나고
노오란 민들레 한송이
피어났지요 피어 났지요
금세 유명인사가 되었지
방송국 출연에 바빠졌네
아 무지 바빠
어느날 문득 거울을 보니
머리에 민들레 시들어가고
대신 하얀 솜털 애기
홀씨들 자라나고 있었답니다
바람 몹시 부는 날 시골로
혼자 여행을 갔지요
부는 바람에 실어
보냈답니다
품에 자식 내보내는
어머니마냥
눈물 몰래 훔쳐보았지요
고른 땅에 뿌리내리길
기원했습니다
해마다 민들레가 피어나는
계절이면 계절이 오면
맨 처음 그의 머리로
내려 앉은
꽃씨 하나를 떠올리죠
머리에 민들레꽃 피운
사람 있었다지
정말일까
머리에 민들레꽃
피운 사람 많았다지
정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