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하슬라
신이 내리는 고요한 작은 땅
문득 그리워져 기차에 몸을 싣고
덜컹거리는 입석 티켓을 끊고
기타 하나를 매고, 찾아간 작은 마을
낯선 건물들, 색색이 작은 여관 촌
잦아든 도시의 소음과 짙은 하늘빛
늙지 않는 소녀와, 빛 바랜 건물 색들이
나의 마음을 조용히 흔드네
새벽 바다에 앉아 수많은 물결을 새고
밤이 내려온 작은 거리를 걷고
문득 눈을 떴을 때 보이는 아지랑이는
천 년의 시간을 간직한 그 곳
하슬라
여린 마음을 잡고, 찾아온 붉은 햇살에
밤새 손을 꼭 잡던 연인들은 눈을 뜨고
문득 추억에 젖어 집어 든 편지 봉투엔
빛 바랜 사진들이, 바람에 날아가고
아침 바다에 앉아 한없이 기타를 치고
잠시 등을 기대어 울어보기도 한 곳
예쁜 이름을 지닌 바다 내음을 머금은
천 년의 시간을 간직한 그 곳
하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