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밤의 향기가 자욱한 어느 여름밤 갑자기 울리는 전화 벨에서 느낀 이상한 한기가
잠시 머뭇거림을 만들었지만 아무렇지않게 난 수화기를 들었지 뭐 다 그렇지만
(여보세요)적막을 깬 한마디가 얼어붙은 채 나왔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 어떤 변태의 장난인가
별 다른 생각없이 난 전화를 끊는데 순간 내 귀를 의심케 만든 소릴 듣고 말았어 그만
(이것 참 오랜만이구만 내 오랜 친구 결국 우리는 이렇게 다시 만날 운명이군)
그 순간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으로 다가온 그말 잠시 얼어붙은 채 아무런말도 못해
그냥 뜻밖의 전화를 받고 난 심한 공포로 몸이 떨리네 오랫동안 열지 않았던 내 비밀의 방의 열리네
그 친구는 내게 익숙한 장소에서 만날 시간을 정하면서 이 약속을 어기면 넌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선을 넘게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차갑게 전화를 끊었지
도대체 왜 내게 이 따위 말도 안되는 일이 지금 생기는데
거짓말 믿을 수 없어 진짜 더이상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 그놈의 억센 말이나 약속따위나
지난날이나 생각안나 확실히 생각나는 건 딱 하나 그 새낀 분명 내가 십년전에 죽인 친구잖아
시간을 거슬러서 그 때 넌 DJ 난 MC 우린 함께 더 높이 날길 바랬지
십대를 넘지 못하고 버려진 힙합과 달리 우린 마치 거친말과 같이 함께 자랐지
그 때 난 언더그라운드 배틀 MC 기다려 봐 너와 내가 하나로 달리며 쓰레길 치울테니까
벌써 그 때가 20년하고도 몇개월이나 지났어 하지만 그 때 노래를 아직 기억하고 있어 바로
그래 멋진 랩과 많은 얘기 누구든지 이겨내는 너의 스크래치 우리의 길 막겠니 한번 들어봐 우리얘기
시간은 봄을 지나 여름으로 다시 가을에서 추운 겨울굴로 그나마 버텨왔던 너와나는
참을 수 없는 겨울밤을 이겨내기 힘들었지 기억나는한은 나는 더이상 버틸 이유따위는
찾을 수 없었지 조금만 생각을 바꾼다면 멋들어진 기회가 찾아온다 그러면서 나는 혼자
그렇게 니가 말리던 쓰레기 같은 랩으로 대화를 해줬어
알아 내 모습이 너무나 비참한 걸 나도 알아 하지만 이런 삶이 다가 아닌것도 알아
그런 나를 향해 침을 뱉으면서 배신자라 외치면서 증오를 품은채로 헤어졌어
1995년에 마지막 겨울에 난 너를 다시 만났지만 노래는 그 쯤에서 멈추네 넌 절대 벗어날 수 없다면서
어두웠던 방 안에서 날 보면서 외쳐댔지 넌 썩은 영혼이라면서 하지만 넌 내게 있어 질식의 방
그 방에 갇힌 나의 영혼을 이제 숨쉬게 할 따뜻한 시와같이 그 때 너를 보내줬지
그래 그게 내가 너를 보낸 마지막이었지
나는 너의 그림자에 숨어 사는 어둠
믿어봐 나를 믿어봐 믿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