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

엄정행


내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 저어오
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다
내마음은 촛불이요 그대 저 문을 닫아주오

내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
고요히 최후의 한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다

내마음은 나그네요 그대 피리를 불어주오
나는 달 아래 귀를 기울이며

호젓이 나의 밤을 새오리다
내마음은 낙엽이요 잠깐 그대의 뜰에 머무르게 하오

이제 바람이 불면 나는 또 나그네 같이
외로이 그대를 떠나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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