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장가 2

조상현

사  또: (세마치) 매우쳐라
사  령: 예이
춘  향: (세마치) 구중분우 관장이 되여 궂인 짓을 그만허오. 구곡간장 맺힌 마음 가망없고 무가내요.
사  또: (세마치) 매우쳐라
사  령: 예이
춘  향: (세마치) 십장가로 아뢰리다. 십실적은 골도 충련이 있삽거든, 우리남원 교방청으 열행이 없사리가? 십생구사 허올진대 십맹일장 날만 믿은 우리 모친이 불쌍허오. 이제라도 이 몸이 죽어 혼비 중천 높이 떠서 도련님 잠든 창천으 파몽나 허고지고.
도  창: (중몰이) 열을 치고 짐작헐가, 스물을 때리고 짐작헐까. 삼십도를 맹장허니 옥 같은 두 다리, 유수같이 흐르는 피는 정반득 진정이라. 엎졌던 형방도 눈물 짓고, 매질허던 집장사령 매를 높고 돌아서며 혀 끌끌, 발 툭 구르며,
형  방: (중몰이) 못 보겠네, 못 보겠네. 사람으 눈으로 볼 수가 없네. 삼십년 관문 출입 후으 이런 광경은 첨 보았네. 내일부터 나가 문전걸식을 하드래도, 아서라. 이 구실을 못허겄다.
사  또: (아니리) 얘, 그년, 착가인봉하여 하옥시켜라!
도  창: (잦은중몰이) 춘향 모친이 들어온다. 춘향 모친이 들어와,
춘향모: (잦은중몰이) 춘향이가 죽었다니
도  창: (잦은중몰이 장방청 들어가니 춘향이 매를맞고 정신없이 누웠구나. 춘향 모친 기가 맺혀
춘향모: (잦은중몰이) 아가, 춘향아! 이지경이 웬일이여? 남원 사십팔면중으 내 딸 누가 모르는가? 일청에 상좌상존, 장청에 나리님네, 내 딸 추냥 살려주오. 제 낭군 수절헌게 그게 무삼 죄가 되여 이 형벌이 웬일이요? 나도 마저 죽여 주오!
도  창: (잦은중몰이) 여광여취 실성방광 남지서지를 가르쳐, 내려둥글 치둥굴며 죽기로만 작정허는구나.
도  창: (아니리) 그때으 교방청 기생들이 춘향이 매맞어 듣고 서로 왠수진 생각허고 들어오느듸
도  창: (잦은중몰이) 여러 기생이 들어온다. 여러 기생들이 들어와. 헹수 기생이 들어오며,
행수기생: (잦은중몰이) 아이고, 여보소. 이사람들아! 죽었다네!
기  생: (잦은중몰이) 죽다니, 뉘가 죽어?
행수기생: (잦은중몰이) 춘향이가 매를 맞고 생목숨이 죽었단다. 아이고,
기  생: (잦은중몰이) 불쌍하고 아까웁다. 어서 가서 청심환 갈아라.
도  창: (잦은중몰이) 끼리끼리 동지끼리 천방지축 드어오며
기  생: (잦은중몰이) 아이고, 아짐!
도  창: (잦은중몰이) 어떠한 기생들은 추세를 따라 부른다.
기생들: (잦은중몰이) 아이고, 서울집! 어머님 신세를 어쩔라고 이 지경이 웬일이요?
도  창: (잦은중몰이) 이리 한참 울더니마는 어떠한 기생 하나가 선춤 추면서 들어온다.
기  생: (잦은중몰이)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자 좋구나.
도  창: (잦은중몰이) 여러 기생들이 어이 없어.
기생들: (잦은중몰이) 아이고 저년 미쳤구나. 천하 미친년아! 춘향과 너와 무슨 혐의 있어 저 중장을 당했는듸 선춤출입이 웬일이냐?
기  생: (잦은중몰이) 형님말도 옳다마는 옛 말을 들어 봐라. 진주에 의암부인난고, 평양에 월선 부인나고 안동기생으 일지홍, 산 열녀문을 세워있어 천추행사 허여있고, 산천기생은 아해로되 칠거으 학문 들어있고, 청주기생으 화월이는 삼층각에 올랐으니, 우리 남원 교방청으 현판감이 생겼으니 어찌 아니나 좋은손가. 얼씨구나, 절씨구, 노모 신세는 불상하나 죽을 테면 꼭 죽어라.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시구나 좋을씨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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