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오시마던 임의 말씀
애당초 잊으라는 부탁인가요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행여나 임 오실까 기다려봐도
그리운 우리 임은 소식도 없고
무정한 세월만 가네
아 봄날은 간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 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한 번 가고 다시 못 올 임이라면
정마저 가져가지
임은 가고 정만 남았으니
남은 그 정 서러워서
이 밤 어이 세우리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