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로인생 - 박귀희
어화 청춘 벗님네야 이내 한 말 들어 보소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하다
우산에 지는 해는 재경공의 눈물이로구나
분수의 추풍곡은 한무제의 설움이라
장하도다 백이숙제 수양산 깊은 곳에
채미하다가 아사를 헌들
초로같은 우리 인생들은 이를 어이 알겠느냐
야 야 친구들아 승지강산 구경 가자
금강산 들어 가니 처처이 경산이오
곳 곳 마다 경개로구나
계산파무 울차아 산은 층층 높아 있고
경수무풍 야자파 물은 술렁 깊었네
그 산을 들어 가니 조그만한 암자 하나 있는데
여러 중들이 모아 들어 재맞이 하느라고
어떤 중은 남관 쓰고 어떤 중은 법관 쓰고
또 어떤 중 다래몽둥 큰 북채를
양 손에다가 쥐고 북을 두리둥 둥
목탁 따그락 뚝딱 죽비는 좌르르르르르르
킬적에 탁자위의 늙은 노승 하나
가사착복을 어스러지게 매고
꾸벅 꾸벅 예불을 하니 연산모종이라고 하는 예로구나
거드렁 거리고 놀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