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또 이별을 앓고 있습니다
이렇게 아플 정도로 누군가를
또 사랑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마지못해 살아갑니다
아침이면 뜨기 싫은 두 눈을
어쩔 수없이 뜨게 되고
지칠 대로 지쳐 억지로
식탁 앞에 앉습니다
애써 정신을 차리고 밖으로 나가
사람들을 만나고 편안한 일상 얘기,
밀려있는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마치고
집에 돌아옵니다
달라진 건 없는데
내가 만나고 지나치는
수많은 일상 중에서
단 한사람이 없다는 것
하나만 달라졌는데,
난 모든 것이 흔들립니다
또 이렇게 아프게 되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조심하고 또 조심했는데
늘 사랑보다 빠른 이별은
머리보다 더딘 가슴은
날 이렇게 흔들어 놓습니다
그래도 난 살아갑니다
죽을 만큼 아프지만
그래도 살아갑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두 귀를 막아보고
두 눈을 감아보고
아무리 막으려고 애써 봐도
어디선가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내 어리석은 가슴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래서 내 그리움은
끝이 없습니다
어디서부턴지,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어디선가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녀가 그립습니다
며칠만 못 봐도
날 죽도록 보고 싶어 하던
차분한 목소리로
우리함께 좋아했던
노래를 불러주던
외로움이 많아서
잠시만 연락이 안돼도
많이 토라지던
내 어설픈 젓가락질을
나무라던 지금처럼
차갑고 무서운 그녀가 아니라
나를 많이 아껴주고 사랑하던
착하고 얌전한
그녀가 그립습니다
얌전히 조용하게
기다려본단 말도
마음속으로만 약속합니다
철부지시절 그때보다는
이별을 조금은 더 잘 알기에
시간이 지나도
거짓말이 되지 않도록
마음속으로만 되뇌입니다
언젠가는 변할 거란 걸 알기에
조금 서둘러 달라는 부탁도
혼잣말입니다
아주 힘든 길을 걷고 있습니다
멀어지기 싫은 마음에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걷고 있습니다
그러나 혼자는 아닐 겁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이
이미 걸어갔던 곳이기에
그래서 이 곳이
길이 된 것이기에
차분히 걸어가 봅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녀의 목소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