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돌이와 갑순이가 혼인하던 날
갑순이의 두 눈이 젖어있던 날
서로 부끄러워
눈조차도 마주치지 못하던 날
그렇게 인생이 시작된 날
동네 꼬마애들 나와
뭐가 그리 신나는지
천방지축 여기저기
잘도 뛰어다니고
동네 아낙네들 나와
뭐가 그리 재밌는지
할말 많아 수다들을
잔뜩 늘어내고
웃고 있는 돼지머리 앞으로
상다리가 휘도록
거나하게 한상 가득 차리고
벌써 한잔 어르신들 호탕하게
소리내어 저년놈들 보소
껄껄껄껄 웃으시고
에헴 헛기침 하는 주례보는 양반
안절부절 못하는 사회보는 양반
거기 나좀 보소 나중에 한잔 하소
벌써 눈이 맞아버린
신랑 신부 친구들
갑돌이와 갑순이의 행복했던 이야기
갑돌이와 갑순이의 사랑스런 이야기
갑돌이와 갑순이의 행복했던 이야기
갑돌이와 갑순이의 사랑스런 이야기
자 여러분들 시작 하겠소
갑돌이와 갑순이가 혼인 한다오
서로 안 맞으면 내다 버릴꺼요
헌신짝 처럼 팽 내팽겨칠꺼요
아니면 검은 머리 파뿌리 될때까지
아껴주며 위하여 서로 사랑할꺼요
내말에 대답들좀 해보오
이보게들 웃지만 말고
어서 대답들 좀 해보시오
양가 부모님도 울지 말고
이 애들좀 머라고 머라고
다그쳐들 보시오
묵혀 두었던 아들딸년
시집장가 보내는데
이보다 좋은 일이
세상천지 어딨겠소
에헴 두 사람 내 말 듣고
파뿌리 될 때까지
사랑하기로 그렇게들 알겠소
내 한번 지켜볼꺼요
진짜 파뿌리가 될런지
신랑 신부 맞절하고 이만 끝내지요
갑돌이와 갑순이의 행복했던 이야기
갑돌이와 갑순이의 사랑스런 이야기
갑돌이와 갑순이의 행복했던 이야기
갑돌이와 갑순이의 사랑스런 이야기
어렵사리 맞은 단둘만의 첫날밤
얼레리 꼴레리 얼레리 꼴레리
촛불부터 꺼야지
옷고름 부터 살짝 풀어야지
남자답게 먼저 짐승처럼 나서야지
아니 지들이 알아서 한다니까
우리는 그냥
조용히 보고만 있자고들
이러다가 들킨다고들
그 순간 후하고 꺼져버린 촛불
첫날밤의 사랑이 시작돼
갑돌이와 갑순이는
행복하게 살았대요
아들딸 놓으며
평생 함께 살았대요
서로서로 도와가며 아껴가며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대요
갑돌이와 갑순이는
행복하게 살았대요
아들딸 놓으며
평생 함께 살았대요
이세상 누구보다 즐거웠던 사람들
행복한 갑돌이와 갑순이의 이야기
갑돌이와 갑순이의 행복했던 이야기
갑돌이와 갑순이의 사랑스런 이야기
갑돌이와 갑순이의 행복했던 이야기
갑돌이와 갑순이의 사랑스런 이야기
갑돌이와 갑순이는
행복하게 살았대요
아들딸 놓으며
평생 함께 살았대요
서로서로 도와가며 아껴가며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대요
에헴 이보게들 저년놈들 진짜
파뿌리가 될때까지
둘이 같이 살더라니
나도 오늘 마누라와
사랑 이야기를 해야겠소
첫날밤을 한번 더 맞이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