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신발 속 모래들 털지도 않고
꽤 오랜만인 거리를 익숙하게도
걷는 걸 보니 여기 내가 있긴 했구나
집이 아닌 어딘가로 끌려가는 듯
이상한 기분에 취해 마음을 잡고
보통의 친구처럼 대해나 보자
표정을 보니 이미 원망 가득하구나
혀끝은 나긋하게 말해보아도
눈빛은 쉬지 않고 나를 때리고
훨씬 전부터 닫힌 방문 틈으로
줄 수 있는 건 찬바람뿐이네
찬바람뿐이네
두 눈을 보니 드는 생각이라곤
이제 모두 끝이구나 별수 없구나
잠깐의 대화로는 녹일 수 없는
살얼음만이 우리의 식사
이제는 울컥하는 마음으로도
씹지도 않고 목을 타고 내려도
할 말이 목 끝까지 차고 올라도
아프지도 않고 잘만 삼키네
잘만 삼키네
이제는 울컥하는 마음으로도
씹지도 않고 목을 타고 내려도
할 말이 목 끝까지 차고 올라도
아프지도 않고 잘만 삼키네
잘만 삼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