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돌아서며 너 이놈 별주부야 너를 담박에 뾰죽내민 바위에다 옹기짐 부시듯 콱 죽일 일이로되 수로만리를 나를 업고 다닌 정성을 생각하야 너를 살려 줄 것이니 이 다음에는 다시 그런 보초댕이 없는 짓을 하지 말어라 그리고 네 정성이 지극하니 너의 용왕에게 먹일 약이나 하나 일러주마 너의 수궁에 들어가면 암자라 이쁜 놈 쌓였더구나 하루 일천 오백 마리씩만 잡아서 석달 열흘간 먹이고 복쟁이 쓸개를 천석을 만들어서 양일간에 다 먹으면 죽든지 살든지 양단간에 끝이 날 것이다 자 나는 간다 별주부 급한 마음에 간이 안된다면 다른약이라도 조금 주시오. 토끼가 가만히 생각하더니만 그래그럼 잠깐 기다려라허더니만 바위뒤로가서 끙끙 하더니만 옛따 받아라 이것이 열내리는데는 특효약이다. 너희 용왕눈을 보니 눈이 빨간것이 열이 많아 보이더라 이것 먹으면 열내리고 달려다닐것이다.
어서 들어가라 별주부는 하릴없이 수궁으로 들어가고 토끼란 놈은 살아났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방정을 떨다가 탁 그물에 걸렸것다
아이고 이 일을 어쩔거나 차라리 내가 수궁에서 주었더라면 정초 한식 단오 추석이나 받아 먹을 것인데 이제는 뉘 놈의 뱃속에다 장사를 지낼것인가
이리 한참 섧게 울 때 쉬파리떼가 윙하고 날아오니 토끼 반가라고
아이고 쉬낭청 사촌님네들 어디 갔다 인제 오시오
오 네 이놈 그물에 걸렸으니 속절없이 죽게 생겼구나
죽고 살기는 내 재주에 매였사오니 내 몸에다 쉬나 좀 쓸어주시오
네가 꾀를 부릴 양으로 쉬를 쓸어 달라 하지만 사람의 손을 당할소냐
사람의 손이 어떻단 말이요
내가 이를테니 들어봐라
사람의 내력을 들어봐라 사람의 내력을 들어봐라 사람의 손이라 하는 것은 엎어노면 하날이요 뒷쳐노면 땅인데 요리 조리 금 있기는 일월 다니는 금이요 엄지 장가락이 두마디기는 천지 인삼재요 지가락이 장가락만 못하기는 정월 이월 삼월 장가락이 그 중에 길기는 사월 오월 유월이요 무명지 가락이 장가락만 못하기는 칠월 팔월 구월이요 소지가 그 중에 짧기는 시월 동지 섣달인데 자 오 묘 유가 여기있고 건 감 간 진 손이 곤 태 삼천팔괘가 여기 있고 불도로 두고 일러도 감중에 감산이 여가 있고 육도 삼락 대장경이 천지가 모두 일장 중이니 네 아무리 꾀를 낸들 사람의 손 하나 못당하리라 잔말 말고 너 죽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