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가 中 어사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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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 춘향가 中 어사출도

그 때여 본관은 속이 과히 붉혀 곰곰히 생각터니,
‘저놈이 양반의 자식은 분명헌디,
젊은 놈이 저리 버릇이 없을 진데,
제 집안이 난봉이요, 필경 무식헐 터이니
운자를 내어 쫓으리라.’
“자, 좌중에 통 헐 말이 있소.
우리들 관장네 모여 노는 좌석에 글이 없어 무미하니,
우리 글 한 귀씩 지읍시다.”
손수 운자를 불렀으되,
“기름 고, 높을 고.”
두 자로 절귀 운을 부르더니,
“만일에 운자대로 글을 못 짓는 자가 이 좌중에 있으면,
곤장 다섯 대씩 때려 밖으로 쫓아내기로 헙시다.”
어사또 함소허며,
“자, 상좌에 말씀 올라가오!
이 사람도 부모 덕분에 글자나 읽었으니,
그 시 한 귀 지으면 어떠허오?”
운봉이 반겨 듣고 통인을 불러들여,
“네 여봐라. 이 양반께 지필연 갖다 올려라.”
어사또 지필연 받어 일필휘지허여 운봉 장께 내어주며,
“이런 과객의 글이 오즉허겠습니까?
보신 다음에 웃지 말으시고,
고칠 데 있으면 고치시지요.”
운봉이 글을 받아 보니, 글씨가 명필이요,
글이 또한 문장이라
운봉이 글을 읽다 벌벌벌벌 떨며,
“이 글 속에 일 들었구나!”
곡성을 가만히 손짓허여
뒤 툇마루로 가서 가만히 글을 읊는디,
그 때여 운봉과 곡성은 본관이 들을까 허여
가만가만 읊었건 마는,
우리 성악가들이 읊을 적에는
좌상이 들으시게 허자니,
글을 좀 크게 읊든 것이었다.
“금준미주는 천인혈이요, 옥반가효는 만성고라.
촉루낙시에 민루락이요, 가성고처에 원성고라.”
“이 글 속에 벼락 들었소!
우리 여기 있다가는 초서리 맞기 쉬울 테니 어서어서 떠납시다.
여보, 본관장. 잘 놀으시오. 나는 먼저 떠납니다.”
“아니, 운봉 영장, 별안간 이게 웬 일이시오?”
“헤헤, 대부인께서 낙태를 했다고 곧 기별이 왔소.”
“아니? 노형 대부인 춘추가 얼마신데 낙태를 허세요?”
“금년에 아흔 아홉이오.”
“아흔 아홉에 무슨 낙태를 허신단 말씀이오?”
“아, 낙태가 아니라, 낙상 허였다는 것을
겁결에 잘못 헌 말 이오.”
곡성도 같이 떨며,
“나, 나, 나, 나, 나, 나도 떠나야겄소.”
“아니, 곡성은 왜 이러시오?”
“나는 오늘이 하, 학질 직날이오!”
운봉 하인을 부르고, 곡성 하인을 부르고 야단이 났것다.
그 때에 폐의파립헌 사람 하나 질청에 달려들어와,
무슨 문서 내어놓고 말없이 나가거늘,
아전들이 들고 보니 어사또 비간이라.
아전들이 질색허여 동헌에 달려들어와,
“어사또 비간 올리오!”
올려 놓으니, 좌상에 모인 수령네는 혼이 없고,
본관은 넋을 잃어, 비간을 펴보랴 헐 제.
없던 수전증이 절로 생기것다.
‘남원부사 친집개탁’이라 허였거늘,
뚝 떼어보니 허였으되,
‘본부수리 각창색 진휼감색 착하 뇌수허고,
거행 형리 성명을 삭직보래 의당사’라.
이리 되어 어사또 남원에 출도를 붙이는디,
동헌이 들썩들썩 각 청이 뒤노을 제,
“본부 수리 각창색 진휼감색 착하뇌수허고,
거행 형리 성명을 보한 연후,
삼공형 부르고, 삼행수 불러라.
위선 고량을 신칙허고,
동헌에 수례차로 감색을 차정하라.
공형을 불러서 각고하기 재촉,
도서원 불러서 ‘결총이 옳으냐?’
전대동색 불러 수미가 줄이고,
군색을 불러 군목가감허고,
육직이 불러서 큰 소를 잡히고,
공방을 불러 재물을 단속,
수노를 불러서 거회도 신칙,
사정이 불러서 옥쇠를 단속,
예방을 불러 공인을 단속허고,
행수기 불러서 기생을 단속허여라!"
그저 우근 우근 우근.
남원 성중이 뒤노을 제,
좌상에 모인 수령네는 혼불부신이 되어 앉었들 못허고,
이리저리 다니면서 서로 친분로 귀에 대고 소곤소곤.
“이제 남원은 절단났소.
우리 여기 있다가는 산벼락 맞기 쉬울 테니,
어서어서 떠납시다.”
그 때여 어사또님은 앉었다 일어서며 지지개를 불끈.
“어어. 잘 먹었다. 어찌 이리 좌석이 섬뜩허오?
여보, 본관장! 내 잘 얻어먹고, 잘 놀다 잘 가오마는,
좌석이 이리 섬뜩허니 원, 이런 낙흥이 없소그려!”
본관이 물색 모르고 어사또께 포악헌다.
“아, 이 사람놈의 인사야. 잘 가던지, 못 가던지,
이 난리 통에 쉰사는 무슨 놈에 쉰사여?”
어사또 어이없어 본관을 물끄러미 보며,
“그럴 일이요. 그러면 우리 조끔 있다가 또 만나봅시다.”
뜰 아래 내려서서 좌우를 살펴보니,
청패 역졸 수십 명이 장사꾼으로 채림새를 허고,
패랭이를 숙여 쓰고,
구경꾼 한 테 섞여 드문 듬성 늘어서 어사또를 바라본다.
그 때여 어사또님은 삼문 밖으로 나가면서,
눈 한 번 끔쩍, 부채질 까딱, 발 한 번 툭 구르니,
청패 역졸이 눈치를 채고 순식간에 변장을 허는디,
청상적을 입고, 홍견대를 띠고, 패랭이를 벗고 홍전립을 쓰고,
사면에서 우루루루루루루루. 삼문을 후닥딱!
“암행어사 출도야! 출도하옵신다! 출도야!”
두세 번 외는 소리 하날이 답싹 무너지고,
땅이 툭 꺼지 는 듯. 백일벽력 진동하고,
여름날이 불이 붙어 가삼이 다 타는구나!
각읍 수령이 넋을 잃고, 탕건 바람 버선발로 대숲으로 달어나며,
“통인아. 공사궤 급창아, 탕근 주워라!”
대도 집어 내던지고, 병부 입으로 물고 헐근 실근 달어날 제,
운봉 영장 뚱이 잃고 수박 들고 달어나고,
담양 부사 갓을 잃고 방석 쓰고 달어나고,
순창 군수 탕건 잃고 화관 쓰고 달어날 제,
임실 현감은 창의 잃고 몽도리 입고 달어나고,
순천 부사는 겁도 나고 술도 취허여,
다락으로 도망쳐 올라가 갓 모자에다 오줌을 누니,
밑에 있던 하인들이 오줌 벼락을 맞으면서,
“아퍼! 아퍼! 헤!” 겁결에 허는 말이,
“요사이는 하느님이 비를 끓여서 나리나부다!”
본관이 넋을 잃고 골방으로 들어가다가 쥐구멍에다가 상투를 박고,
“갓 내어라. 신고 가자. 신발 내라. 쓰고 가자. 말 내어라.
입고 가자. 창의 잡아라. 타고 가자. 문 들어온다.
바람 닫혀라. 요강 마렵다. 오줌 들여라. 물 마르니 목 좀 다오!”
다시 벌떡 일어나, 통인의 목을 부여잡고 벌벌벌벌 떨며,
“통인아, 날 살려라! 역졸이 날 찾거든 모른다고 허여라!”
역졸이 장난헌다. “이방!” 후닥딱! “아이고, 아이고!”
“공방!” 후닥딱! 공방이 맞어 꺼꾸러지며,
“아이고, 아이고! 내가 삼대독신이오. 살려 주오!
야, 이 몹쓸 아전들아! 좋은 구실은 너희가 허고,
천하 무죄헌 공방 시켜 이 형벌이 웬 일이냐?”
공형, 아전 갓철대가 부러지고, 직령동이 떠나갈 제,
발목 삐고 발 상헌 채 전동전동 달어나고,
불쌍허다 관로 사령 눈 빠지고, 박 터지고, 코 떨어지고,
귀 떨어지고, 덜미 치어 엎더진 놈, 상투 쥐고 달어나며,
“난리났다!”
수령 모인 잔치 좌중을 망치로 바수는디,
금병 수병 산수병과 수십 자 교자상과 양치대야 토기 쟁반
접시 대합 술병 후닥딱 지끈, 왱그렁 쨍그렁 깨어지고,
거문고 가야금 양금 해금 생황 단소 피리 젓대 북 장고
산산히 부서 질 적, 춤 추던 기생들은 팔 벌린 채 달어나고,
관비는 밥상 잃고 물통이고 들어오며,
“사또님, 세수 잡수시오!”
공방은 넋을 잃고, 멍석을 말어 옆에 끼고 멍석인 줄을 모르고,
“아이고, 이놈의 자리가 어찌 이리 무거우냐?”
사령은 나발 잃고, 주먹 쥐고 “홍앵 홍앵 홍앵.”
운봉은 넋을 잃고 말을 거꾸로 집어타고,
“어따, 급창아! 이 말 좀 보아라!
이 말이 운봉으로는 아니 가고,
남원 어사또 계신데로만 뿌두둥 뿌두둥 가니,
암행 사또가 축천축지법도 허나부다!
어따, 급창아. 이 말 좀 보아라!”
급창이 넋을 잃고 들숨 날숨 꼼짝 달싹을 못허고,
“흐 흐, 아이고, 사또님. 아이고 사또님 말을 거꾸로 탔사오니,
속히 내려 옳게 타십시오!”
“어따, 이놈아! 이 난리 통에 언제 말을 옳게 탄단 말이냐?
말 모가지를 선뜻 빼어 멍구똥에다 둘러박어라! 둘러박어라!”
풍진이 일어나서 장판교가 되었을 제,
짖던 개도 목이 쉬고, 날든 새도 아니 날며,
산천초목도 벌벌 떠니 무섭고도 두려워라.
눈치 빠른 통인이 대상에 뛰어올라,
“집사! 훤화 금 허랍신다!” “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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