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토끼 화상을 그리는디
[중중모리]
화공을 불러라
화공을 불러들여
토끼 화상을 그린다
동정 유리 청홍연
금수추파 거북연적
오징어로 먹 갈어
양두화필을 덤뻑 풀어
단청 채색을 두루 묻히여서
이리저리 그린다
천하명산 승지간의
경개 보던 눈 그리고
봉래 방장 운무중에
내 잘 맡던 코 그리고
난초 지초 왼갖 향초
꽃 따먹던 입 그리고
두견앵무 지지울제
소리듣던 귀 그리고
만화방창 화림 중
펄펄 뛰던 발 그리고
대한 엄동 설한 풍
어한허던 털 그리고
두귀는 쫑긋 눈은 도리도리
허리는 늘씬
꽁댕이 묘똑
좌편 청산이요
우편은 녹순라
녹수청산에 에굽은 장송
휘늘어진 양류속
들랑날랑 오락가락
앙그주춤 기난 토끼
화중퇴 얼풋 그려
아미산월의 반륜퇴
이어서 더할소냐
아냐였다 별주부야
니가 가지고 나가거라
[아니리]
별주부가 화상을 받아들고
곰곰이 생각허니
화상을 어디다 넣을 데가 없지
한꾀를 얼른내어 목을 길게 빼고
목덜미에다 화상을 탁! 붙이고
목을 움추려놓으니
“물 한점 묻을 이 없었겄다”
용왕께 하직허고
저희 집으로 돌아가니
별주부 모친이 주부 세상 간다는 말을 듣고
못가게 만류를 허러 나오는디
[진양조]
여봐라 주부야 여봐라 주부야
니가 세상을 간다허니
무엇허러 가랴느냐
삼대독자 니 아니냐
장탄식 병이 된들
뉘 알뜰이 구완하며
네 몸이 죽어져서
오연의 밥이 된들
뉘랴 손벽을
뚜다려주며
날려 줄이가 누있드란 말이냐
가지마라 주부야 으으으으
가지를 말라면 가지마라
세상이라 허는디는
수중인갑이 얼른허면
잡기로만 위주를 헌다
옛날에 너의 부친도
세상 구경을 가시더니
십리사장 모래 속에
속절이 없이 죽었단다
못가느니라 못가느니라
나를 죽여 이 자리에다 묻고 가면
니가 세상을 가지마는
살려두고는 못가느니라
주부야 위방불입이니
가지를 마라
[아니리]
별주부 여짜오되
“나라에 환후있아와
약을 구하러 가옵난디
무슨 봉폐 있아오릿까?
별주부 모친이 허는 말이
”내 자식 충성이 그러한 줄은
내 이미 알았지만
수로 만리를 간다 허기에
니 지기를 보기 위하여
만류를 허였구나
그럼 수로만리를
무사히 다녀오도록 하여라“
별주부 모친께 하직하고, 침실로 돌아와
부인에 손길 잡고
당상의 학발 모친
기체 평안허시기는 부인에게 매엿오
[창조]
별주부 마누라가
아장거리고 나오더니
[중중머리]
”여보 나리 여보 나리
세상 간단 말이 웬말이요
위수파광 깊은 물에
양주 마주 떠
맛 좋은 흥미 보던 일을
이제는 다 버리고
만리청산 가신다니
인제 가면 언제와요“
”가기는 가되
못잊고 가는 것이 있네“
”무엇을 그다지 못잊어요
당상 학발 늙은 모친 조석공대를 못잊어요
군신유의 장한 충성 조정사직을 못잊어요
규중의 젊은 아내 절행지사를 못잊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