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가 중 심봉사 눈뜨는 대목

김수지
앨범 : 소리로 그림을 그리다

[아니리]
주렴밖에 당도허여
”심맹인 대령이요“
황후 자세히 살펴보시니
백수풍신 늙은 형용
슬픈근심 가득찬게 부명한 부친이라
[창조]
황후께서 체중허시고
아무리 침중허신들
부녀 천륜을 어찌허리
[자진모리]
심황후 거동보아라
산호주렴을 거쳐버리고 우루루루
우루루루 달려나와
부친의 목을 안고
”아이고 아버지“
한번을 부르더니
다시는 말못허는 구나
심봉사 부지불각
이말을 들어노니
황후인지 궁녀인지
굿보는 사람인지
누군줄 모른지라
먼눈을 희번쩍 희번쩍 번쩍거리며
”아이고 아버지라니,
누가 날 더러 아버지래여 에잉
나는 아들도 없고 딸도 없소
무남독녀 외딸하나
물에 빠져 죽은지가
우금 수삼년이 되는듸
아버지라니 왠말이여“
황후옥루 만면허여
”아이고 아버지
여태 눈을 못뜨셧소
임당수 빠져죽은
불표여식 청이가
살아서 여기왔오“
심봉사 이말듣고
”에잉 이게 왠소리여
이것이 왠말이여
심청이라니 죽어서 혼이왔나
내가 죽어 수궁을 들어왔느냐
내가 지금 꿈을 꾸느냐
이것이 왠말이여
죽고 없는 내딸 심청
여기가 어디라고 살어오다니 웬말이냐
내 딸이면 어듸보자
아이고 눈이 있어야 보제
이런놈의 팔자 좀 보소
죽었던 딸자식이
살아서 왔다해도
눈 없어 내 못보니
이런놈의 팔자가
어디가 또 있으리
아이고 답답하여라“
이때의 용궁시녀
용왕의 분부인지
심봉사 어둔 눈에다 무슨 약을 뿌렸구나
뜻밖의 청학백학이
황극전에 왕래허고
오색채운이 두루더니 심봉사 눈을 뜨는듸
”아이고 어찌이리
눈갓이 근질근질허고
섬섬섬섬섬허냐
아이고 눈좀 떠서 내 딸 좀 보자 악!“
[아니리]
”아니 여기가 어디여“
심봉사 눈뜬 바람에
천하에 있는 맹인과
각처에 있는 맹인들이
모두다 눈을 뜨는듸
[자진모리]
만좌맹인이 눈을 뜬다
만좌맹인이 눈을 뜰제
전라도 순창담양 세갈모 띄는 소리라
쫙쫙 쫙쫙 허더니마는
모두 다 눈을 떠버리는듸
석달 열흘 큰잔치에 먼저 와서 참례허고
내려간 맹인들도 저의 집에서 눈을 뜨고
병들어 사경되어
부득히 못 온 맹인들도
집에서 눈을 뜨고
미처 당도 못헌 맹인들도
도중에 오다 눈을 뜨고
천하맹인이 일시에 모다 눈을 뜨는듸
[휘모리]
가다 뜨고 오다 뜨고
서서 뜨고 앉어 뜨고
실없이 뜨고 어이없이 뜨고
화내다가 뜨고 성내다가 뜨고
울다 뜨고 웃다 뜨고
힘써 뜨고 애써 뜨고
떠보니라고 뜨고
시원히 뜨고
일허다가 뜨고 앉아놀다 뜨고
자다깨다 뜨고 졸다 퍼뜩 뜨고
눈을 끔쩍 거려보다 뜨고
눈을 부벼보다가도 뜨고
지여비금 주수라도
눈먼 짐생은
일시에 모다 눈을 떠서
광명천지가 되었는듸
그 뒤 부터는
심청가 이대문 소리허는 것만 들어봐도
명씨백여 백태끼고
다래기 석서는듸
핏대서고 눈꼽띠고
원시근시 궂은 눈도
모두다 시원허게 낳는다고 허드라
[아니리]
심생원도 그제야 정신차려
”내가 이것 암만해도
꿈을 꾸는 것이 아닌가여?“
황후 부친을 붙들고
”아버님, 제가 죽었든 청이옵니다
황송허옵게도 살아서
황후가 되었답니다“
심생원 깜짝놀래
”아이고 황후 마마
어서 전상으로 납시옵소서“
심생원이 이 말소리를 듣고
전후 모습을 잠깐 보더니 마는
[중모리]
옳체 인제 알 것구나
내가 인제야 알 것구나
내가 눈이 어두워서
내 딸을 보든 못했으나
인제보니 알것구나
갑자사월 초파일밤
꿈속에 보든얼굴
분명헌 내 딸이네
죽은 딸을 다시보니
인도 환생허였는가
내가 죽어 수궁을 들어 왔느냐
이것이 꿈이냐 이것 생신가
꿈과 생시 분별을 못허것네
얼씨구나 절씨구 절씨구나 좋을씨구
아까까지 내가 맹인이라
지팽이를 집고다녔으나
인제부터 새 세상이 되니
지팽이도 작별허자
”너도 날 만나서
그제 고생 많이 했다
너도 너 갈데로 잘 가거라“
피루루루루루루
내 던지고 지화자 좋을씨구
[중중모리]
얼씨구나 절씨구 절씨구나 좋을씨구
어둡던 눈을 뜨고 보니
황성 궁궐이 장엄허고
궁안을 살펴보니
창해만니 먼먼길
임당수 죽은 몸이
한 세상에 황후 되기
천천만만 뜻밖이라
얼씨구나 절씨구
어둠침침 빈방안에
불켠 듯이 반갑고
산양수 큰싸움에 자룡본 듯이 반갑네
흥진비래 고진갑래
날로 두고 이름이요
부중생남 중생녀
날로 두고 이름이로구나
얼씨구나 절씨구
여러 봉사들도 눈을 뜨고
춤을 추며 송덕이라
이덕이 뉘덕이냐
황후 폐하의 성덕이라
일월이 밝어 중화허니
요순천지가 되었네
태고적 시절이래도
봉사 눈떳단말 첨들었네
얼씨구나 절씨구
덕겸상황에 공과오제 황제 폐하도 만만세
태임태사같은 요중요순
황후 폐하도 만만세
천천만만세 성수무강 허옵소서
얼씨구나 절씨구
심생원은 천신이 도와서
어둔 눈을 다시 뜬연후어
죽었던 따님을 만나보신 것도
고금에 처음 난일이요
우리 맹인들도 잔치에 왔다
열좌 맹인이 눈을 떴으니
춤 출무자가 장관이로다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이런 경사가 또 있나
[아니리]
여러 봉사들도 눈을 뜨고
심생원도 함께 춤을 추고 노는듸
그중에 눈 못뜬 맹인 하나가
아무 물색 모르고 함부로 뛰고 놀다가
여러 맹인 눈떳단 말을 듣더니마는
한편에 펄썩 주저 앉어 울고 있거늘
심황후 보시고 분부허시되
”다른 봉사는 다 눈을 떳는듸
저 봉사는 무슨죄가 지중허여
홀로 눈을 못떳는지 사실하여 아뢰어라“
눈못뜬 봉사는 다른 봉사가 아니라
뺑덕이네와 밤중에 도망간 황봉사라
황봉사 복지허여 아뢰는듸
[중모리]
예 소맹이 아뢰리다
예예예예예 소맹이 아뢰리다
소맹의 죄상을 아뢰리다
심부원군 행차시어
뺑덕어미라 허는 여인을 앞세우고 오시다가
주막에서 유숙을 허시는디
밤중에 유인허여
함께 도망을 허였더니
그날 밤 오경시어
심부원군 울음소리 구천에 사무쳐서
명천이 죄를 주신배라
눈도뜨지 못했으니
이런 천하 몹쓸 놈을
살려두어 무엇허오리까
비수검 드는 칼로
당장의 목숨을 끊어주오
[아니리]
죄상을 생각허면
죽여 마땅 허거니와
지 죄를 지가 아는 고로
개관천선할 싹이 있는지라
특히 약을 주는 것이니 눈을 한번 떠보라
용궁시녀 약 갖다 발라주니
황봉사 한참 눈을
끔쩍끔쩍 야단을 허더니 마는
한 눈만 겨우 딱 떠논 것이
총 놓기에는 좋게 되어있던 것이였다
이런일을 보드라도
적선지가에 필유여경이요
적악지가에 필유여앙이라
어찌 천도가 없다 헐것이뇨
[엇중모리]
그때의 천자께서
심생원을 입시시켜
부원군을 봉허시고
곽씨부인 영위에는
부부인 가자추중
치산과 석물범절
국릉과 같이 허고
안씨부인 교지를 내리여
정영부인을 봉허시고
무릉촌 장승상 부인은
별급상사 허신후에
그 아들은 직품을 돋우와
예부상서 시키시고
젖먹이든 귀덕어미는
천금상을 내리시고
화주승을 불러올려
당상을 시키시고
꽃받친 도선주는
본성태수 제수허고
새로눈뜬 사람중에
유식자 벼슬주고
무식자 직업주어
각기돌려 보내시고
무릉태수 형주자사는
내직으로 입시허고
도화동 백성들은
세역을 없앴으니
천천만만세를 부르더라
그 뒤야 뉘알리요
언제 무궁이나
고수 팔도 아프실테요
이사람 목도 아플지경이니
어질더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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