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나이다 비나이다 하늘님께 비나이다
불쌍한 내 아버지 부디 눈을 뜨게 하시어
살아생전 눈부신 빛과 아름다운 천지만상 보게 하여 주소서
젊어서 두 눈을 잃고, 어진 아내마저 잃고
돌봐줄 일가친척 하나 없이
핏덩이 갓난아기 젓 동냥, 밥 동냥으로
이 험한 세상 나 하나 보고 견디어 오신 아버지
내 나이 이제 열다섯
난 지 이레 어미를 잃고
불쌍하고 눈먼 아버지의 젓 동냥으로
잔병 한 번 없이 곱게 자랐소
이제 나마저 사랑하는 아버지를 떠나야 하니
이 내 심정 가눌 길 없이 무너져 내리는구나
하지만 다른 길은 없으니
하지만 다른 길은 없으니
닭아 닭아 울지 마라, 제발 오늘만은 울지 마라
네가 울면 날이 새고, 날이 새면 나는 죽으러 가야 하니
이 한 몸 죽는 것은 두렵지 않지만
의지할 곳 없는 불쌍한 내 아버지
어찌 두고 떠난단 말이냐
아버지 이제 저는 가야 해요, 때가 되어 가야 해요
저는 바닷속에 몸을 던져 죽지만
아버지는 부디 눈을 뜨셔서
눈부신 빛과 아름다운 삼라만상 보소서
그거면 돼요, 저는 그거면 돼요
나 이 일을 위해 이 세상에 왔는지도 몰라요
이 일을 위해 이 세상에 왔는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