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한 가난한 부부가 살았어요. 오랫동안 아이가 없어 걱정이었는데, 어느 날 부인이 아기를 가지게 되었어요. 부인은 창밖을 바라보다가 옆집 정원에서 자라고 있는 싱싱한 상추를 보게 되었어요.
‘세상에! 파릇파릇하고 싱싱한 저 상추를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아내는 너무나도 상추를 먹고 싶은 나머지, 남편에게 부탁했어요.
“여보, 저 싱싱한 상추를 먹어보는 게 제 소원이에요.”
“그래요?”
다음날, 남편은 아내를 위해 옆집 뜰에서 상추를 몰래 훔쳐 왔어요. 아내는 아삭아삭한 상추를 맛있게 먹었지요. 그런데, 상추밭이 있는 이 집은 온 세상이 무서워하는 못된 마녀의 집이었어요.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아내는 상추가 먹고 싶어서 남편에게 졸랐어요. 남편은 상추를 계속 훔쳐왔지요. 그날도 남편은 마녀의 집 뜰에 있는 상추를 뜯고 있었는데, 등 뒤에서 호통치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누가 내 뜰에서 상추를 허락도 없이 뜯는 게냐?”
“죄송해요. 아내가 아기를 가졌는데 상추를 너무 먹고 싶어해서요. 용서해 주세요.”
“좋다. 상추를 마음껏 뽑아가거라. 대신 네 아기는 내가 데려가마. 하하하.”
얼마 후, 부인은 예쁜 여자 아기를 낳았어요. 그러나 부부는 기뻐할 새도 없었어요.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마녀가 찾아와 아기를 빼앗아 버렸기 때문이에요.
“호호호, 어여쁜 아가야. 이제부터는 너를 ‘라푼젤’이라고 부르마.”
라푼젤은 ‘상추’라는 뜻이에요.
세월이 흘러, 라푼젤은 열 두 살이 되었어요. 마녀는 라푼젤을 숲 속에 있는 어느 탑에 가두었어요. 이 탑에는 문도 없고 계단도 없었어요. 작은 창이 하나 있는 탑 꼭대기에 라푼젤을 가두고, 매일 아침 찾아갔어요.
“라푼젤, 라푼젤! 찰랑이는 머리카락을 내려뜨리렴.”
라푼젤이 창문 아래로 금빛 머리카락을 주르륵 늘어뜨리면 마녀는 그것을 붙잡고 밧줄처럼 타고 올라갔어요.
몇 년이 흘러, 라푼젤은 더욱 아름다운 아가씨가 되었어요. 그러나 혼자 지내는 것이 무척 외로웠지요. 그래서 라푼젤은 꾀꼬리같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것을 좋아했어요.
어느 날, 라푼젤은 머리카락을 빗으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요.
“높고 높은 탑 위에 외로운 아이
내게 날개 있다면 날아갈텐데”
마침 숲 속을 지나가던 왕자가 라푼젤의 노랫소리를 들었어요.
그런데, 잠시 후 마녀가 탑 밑에서 라푼젤의 긴 머리카락을 타고 올라가는 것이 아니겠어요?
다음날, 왕자는 탑 아래에서 늙은 마녀 흉내를 냈어요.
“라푼젤, 라푼젤! 찰랑이는 머리카락을 내려뜨리렴.”
그러자 금빛 머리카락이 주르륵 내려왔지요. 왕자는 재빨리 탑 위로 올라갔어요.
라푼젤과 왕자는 서로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눈부시게 아름다운 라푼젤과 멋진 왕자는 곧 사랑에 빠졌어요.
“라푼젤, 나와 결혼해 주겠어요? 내가 행복하게 해 줄게요.”
“그러고 싶지만, 저는 여기서 내려갈 수가 없어요.”
“그래요? 어떡하죠?”
“아, 좋은 생각이 있어요. 매일 저녁, 비단실을 한 타래씩 가지고 오세요.
그것으로 사다리를 엮어서 내려가겠어요.”
왕자는 매일같이 비단실을 들고서 라푼젤을 찾아왔어요. 비단실은 어느새 사다리를 만들 만큼 모였어요. 그런데, 다음 날, 라푼젤은 아주 큰 실수를 하고 말았어요.
“왕자님, 오늘따라 왜 이렇게 무겁죠? 꼭 늙은 마녀같아요.”
탑으로 올라온 건 왕자가 아니고 늙은 마녀였어요.
“라푼젤, 그동안 나를 속이다니, 용서할 수 없어!”
늙은 마녀는 라푼젤의 금빛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 버렸어요.
그러고는 라푼젤을 아무도 없는 들판으로 쫓아냈지요.
그날 저녁, 아무것도 모르는 왕자가 찾아와 탑 아래에서 소리쳤어요
“라푼젤, 라푼젤! 찰랑이는 머리카락을 내려뜨리렴.”
늙은 마녀는 잘라 버린 라푼젤의 머리 타래를 내려뜨렸어요.
왕자가 탑 위로 올라가자, 사랑스러운 라푼젤 대신 늙은 마녀가 성난 눈초리로 노려보고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이제는 다시 라푼젤을 만날 수 없을 것이다. 하하하!”
왕자는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두 번 다시 라푼젤을 만날 수 없다는 슬픔에 그만 탑에서 뛰어내렸어요. 왕자는 가시덩굴 위에 떨어져 다행이 목숨을 건졌어요. 하지만, 가시에 두 눈이 찔려 앞을 볼 수 없게 되어버렸지요.
왕자는 더듬거리며 숲 길을 헤맸어요. 몇 년이 흐른 어느 날, 왕자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들었어요.
“왕자님 왕자님 어디어디 계신가요?
길고 긴 금빛머리 타고 올라오시네”
‘아, 이 목소리는? 라푼젤의 목소리로구나. 라푼젤! 라푼젤!’
“왕자님!”
두 사람은 서로 끌어안고 눈물을 펑펑 쏟았어요.
라푼젤의 구슬 같은 눈물이 왕자의 두 눈을 적시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왕자의 눈이 다시 밝아져 앞을 볼 수 있게 된 거예요.
“라푼젤, 살아있었군요! 당신의 아름다운 모습이 보여요!”
“왕자님!”
“우리, 이제는 다시 헤어지지 말아요. 영원히 내 곁에 있어주세요.”
왕자는 라푼젤을 궁궐로 데려갔어요. 두 사람은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리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