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안녕히 가시죠.”
오늘의 마지막 손님이 문을 나섭니다.
별도 저문 새벽인 데다 털을 뚫고 들어오는
냉기가 이제 완전한 겨울이 왔다는 것을
알려주는 듯합니다.
한바탕 손님들이 지나간 자리에
빈 그릇과 수저들이 아무렇게나
놓여 있습니다.
개수대에 가득 쌓인 설거짓거리를
보다 잠시
피로가 밀려들어 기지개를 켭니다.
아무래도
날이 추워서일까요. 여기저기
뻐근하지 않은 곳이 없군요.
어수선한 테이블을 대충 정리하고
따끈하게 데운 잔과 보온병 하나를
가지고 옵니다. 보온병에서 자줏빛
액체가 꼴꼴꼴 흘러나옵니다. 이제
막 잔에 따랐을 뿐인데, 자욱한
향기가 식당 안을 가득 채웁니다.
겨울 작약을 잔뜩 꺾어 볶은
차입니다. 눈을 뚫고 자라난
작약은 장미보다 더 진한 향기를
품고 있죠.
요즘 같은 계절에는 차를 한 잔
마신 뒤 낮잠을 자는 것을 권해
드립니다. 정오부터 오후까지가
좋겠군요. 한낮은 잠을 자기에 가장
적합한 시간이니, 방해를 받지 않고
얼마든지 자두는 것이 좋습니다.
오늘은 이대로 영업을 종료하는 게
좋을지도.
“여기가 그 유명한 고양이
식당이구만!”
요란한 목소리군요. 두 그림자가
굳게 닫힌 식당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일찍 퇴근하기는 힘들겠군요.
“소문은 귀가 닳도록 들었소!
이 집 주방장이 그렇게 요리
솜씨가 좋다지!”
호방한 웃음을 터트리며
등장한 것은 쥐알만 한 아니,
매우 키가 작은 생쥐입니다.
“나는 모르모트요!”
생쥐가 아니라 모르모트였군요.
실례할 뻔했습니다. 고양이에게
쥐라는 동물은 거기서 거기인
터라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나저나 뒤따라 들어오는 손님은……,
“갭니다!”
“아.”
“비글이죠!”
생쥐 아니, 모르모트 뒤에 숨어
웅크리고 있는 동물은 비글입니다.
어깨를 잔뜩 움츠린 모습이 마치
겁에 질린 것 같습니다. 비글이라면
꽤 흔하게 찾아오는 손님인데 이런
모습은 처음이군요.
“비글답지 않다고 생각하셨지요?”
모르모트 씨가 마음을 읽은 것처럼
묻습니다.
“네, 약간은.”
비글은 말이 많고 부산스럽습니다.
손님으로 오는 날이면 의자
하나 혹은 테이블 다리 하나 정도는
버릴 각오를 해야 하죠. 좁은 식당
안에서도 끝없이 달리고 싶어
하는 터라 가끔은 어쩔 수 없이
정중하게 쫓아낸 적도 있습니다.
헌데 이 손님은…, 펄럭거리는 귀가
아니었다면 비글이 아니라
사슴이라고 해도 믿었을지 모르겠군요.
“사연이 좀 있습니다!”
모르모트는 아직 치우지 않은
테이블에 성큼성큼 아니, 아장아장
걸어가 의자를 빼고 앉습니다.
테이블이 너무 높은 탓에 턱에
닿을 듯해 얼른 아이용 방석을
가지고 와 아래에 깔아 줍니다.
“아주 친절한 주방장이시군요!”
“별말씀을.”
“얼른 자네도 오게!”
호쾌한 웃음소리와 함께 모르모트
씨가 비글을 부릅니다. 쭈뼛거리며
다가온 비글이 커다란 엉덩이를
의자에 반만 걸친 채 엉거주춤한
자세로 앉습니다.
‘괴상한 조합이군.’
저는 테이블에 있던 찻잔과
보온병을 들고 다시 주방으로 가며
생각합니다.
“이쪽으로 더 오라고, 그렇지!”
모르모트 씨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처럼 비글 씨도 의자를
당겨 앉습니다.
“여기에서 제일 유명한 메뉴가
뭡니까!”
“매일 다릅니다.”
모르모트 씨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렇다면 오늘의 메뉴로 주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