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오전 6시 30분
장소는 너희 집 화단 모퉁이
문득 떠오른 착상, 손가락을 걸고
여기 우리의 비밀을 묻어두기로 했지
오후 4시, 하굣길은 우중충했어
「벌써 장마인가」우산을 챙겨 길을 나서
아직 괜찮겠지 하는 걱정에
대수롭지 않게 넌 미소 지어
오후 7시, 언제나와 같은 시간
아무도 모르는 미래를 그리며
머나먼 꿈 얘기 같은 건 잊고
「내일 보자」라며 매일의 인사를 나눠
만약에 네가 나라면 어떻게 할래?
네가 생각하는 나란 건 대체 뭔데?
대답은 간추릴 수 없는 단 한 가지
그걸 둘로 나눈 우리 둘만의 비밀
만약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이라면
다음 세상도 지금처럼 이겠지
익숙하지 않은 이 거리 사이의 공기
빗소리 가운데 우리 둘만의 애가(愛歌)
저녁 10시, 진동하는 굉음
무신경하게 뉴스로 채널을 돌려
나직한 어조로 울리는 한 이름
육교 뒤편으로 드리운 거대한 월광
자정 밤거릴 내달려
아무 일 없단 듯 바래지 않는 야경
고인 물웅덩이 속 낯선 얼굴
여기 내 세상이 도려내진 것 같아
만약에 네가 나라면 어떻게 할래?
네가 생각하는 나란 건 대체 뭔데?
대답은 간추릴 수 없는 단 한 가지
그걸 둘로 나눈 우리 둘만의 비밀
만약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이라면
다음 같은 건 영영 오지 않겠지
납득할 수 없는 이 거리 사이의 공기
거꾸로 된 세상 속 우리 둘만의 애가(哀歌)
밤이 지나가고, 다시 아침이 오고
몇 번이고 울어도 비는 그치지 않고
「한순간의 추억」
그 공포를 넌 이해해 주려나
또 한 번 반복하고, 어제의 달이 뜨고
수 번의 끝에야 도달한
그 결말은 심연에 숨겨뒀던 단 한걸음
아니, 너는 아무것도 하지 못할 거야
만약 너라면 어떻게 할까?
내 머릿속의 너는 대체 누구야?
해답은 간추릴 수 없는 단 한 가지
자그마한 상자 속에 숨겨졌던 비밀
만약에 네가 나라면 어떻게 할래?
네가 생각하는 나란 건 대체 뭔데?
납득할 수 없는 이 거리 사이의 공기
나는 용서받지 못할 짓을 저질렀어
시간은 오전 6시 30분
장소는 우리 집 화단 모퉁이
왜일까, 그때 나는 우리의 비밀을 묻어두었던
상자를 열어버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