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좋냐는 질문에
난 내 가치를 등 뒤로 숨기는 듯해
날 만나면 안 되는 이유를 겹겹이 쌓아
벽장 속 그릇 꺼내듯 드러내도
좋아하는 이유를 지금 찾아낸다면
그게 사라졌을 때 마음도 사라질까 봐서
지금은 그냥 좋아한단 사실뿐이라며
내게 다가왔던 너
돈과 음악, 사랑이라는 문제 속
난 어느 것도 잡지 못한 채 버둥댔어
서울에 대한 강박은 사라졌어도
운명이란 체념으로 살던 삶의 기로에서
음악은 성공할지 확실하진 않고
돈이 없단 건 어릴 때 당연한 이치라도
사랑은 우리만으로도 이룰 수 있다고
나를 위로했던 너
정해진 흐름에 대항하는 방식은
얻는 것 하나 없이 소모적이란 사실뿐
지키려던 가치가 뭐였는지조차도
희미해진 채 버텨내던 비바람 속
고작 세상이 정한 정답이란 게
각자의 꿈을 흩뜨리게 해선 안 된다며
계속 마주하는 현실적 문제란 단계에
나의 힘이 됐던 너
아무에게도 진심을 못 주고받고
진정한 위안을 받지 못하는 걸 깨닫고
영원한 요람은 존재하지 않다고
여태 반쯤 포기한 정신으로 살았는데
결국엔 영원함이 될 수 없더라도
잠깐이라도 될 수 있단 게 어디냐며
나를 치유하는 동시에 치유받길 바라며
나와 함께하던 너
그런 너가 필요한데
그런 너가 지금 당장 너무나도 필요한데
난 정말로 위급한데
지금은 상태는 그 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