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의 오늘의 내가 뭘 했었는지는
기억이 아예 나지를 않는데
작년의 오늘의 내가 뭘 했었는지는
기억이 아예 나지도 않는데 왜
‘작년의 오늘’
웬 쓸 데도 없는 기능 하나가
깊이 잠겨 있는 기억들 가운데서
제멋대로 하나를
툭 눈 앞에 꺼내 놓았네
작년의 오늘의 내가 뭘 했었는지는
기억이 아예 나지를 않는데
작년의 오늘의 내가 뭘 했었는지는
기억이 아예 나지도 않는데 왜
우산 없이 비를 맞던
그 여름날의 내가
미소를 짓고 있었지
아주 긴 시간이 흐르고
아주 긴 시간을 보내면
기억은 소나기처럼 지나쳐 가겠지
잊어버리겠지 다 잊어버리겠지
허전한 여름밤들은 모두 잊어버리겠지
작년의 오늘의 내가 뭘 했었는지는
기억이 아예 나지를 않는데
작년의 오늘의 내가 뭘 했었는지는
기억이 아예 나지도 않는데 왜
장대비를 함께 맞던
그 여름날의 너도
환하게 웃고 있었지
아주 긴 시간이 흐르고
아주 긴 시간을 지내면
지겨운 장마조차도 결국 끝나듯이
잊어버리겠지 다 잊어버리겠지만
손을 잡았던 날들도 모두 잊어버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