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있더라….아! 여기 있군!”
귀한 식재료라고 해서 구해오긴
했는데, 도통 어떻게 요리를
해야 할지 모르겠던 재료가
있었습니다. 겨울레몬과 민물바다포도,
달여주. 자란 곳도 다르고
조리법도 들어본 적이 없어서
여간 고민 중이던 게 아니었는데, 죄다
섞어 샐러드를 만들어봐야겠습니다.
“너 지금 무슨 생각하는 거야?”
양의 불안한 목소리를 뒤로 한 채,
재료를 모두 꺼내 조리대 위에
올려놓습니다.
겨울레몬은 보통의 레몬보다
50배는 신맛을 가지고 있는데,
눈 속에서 자라 상온에서도
얼음처럼 차가운 게 특징입니다.
민물바다포도는 겉보기에는
보통의 바다포도와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날로 먹으면
아주 짜고 붕어보다
비린 맛이 나죠. 달여주는
수분이 없는 달에서 재배해
혀가 아리도록 맵고 쓴 맛을 냅니다.
이걸 전부 한 데 섞으면 어떤
맛이 날까요?
“왜 계속 웃는 건데. 키티,
그만 좀 웃지 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신경
쓰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온화한 말투에 놀란 듯 입을
틀어막은 양의 얼굴이 조금 창백해집니다.
“내가 키티라고 했는데 화를 내지 않다니!”
저는 사실 예술가 기질이 다분한
고양이입니다. 다른 동물들의
입맛에 맞춰 요리를 하다보니
끓어오르는 창작욕을 누르고 있었을
뿐이죠. 오늘에야말로 봉인하고
있던 예술적 감각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겠군요. 시고 짜고
비리고 쓴 식재료를 모두 모아
대지와 바다, 강과 달의 맛을
모두 품은 작품을 만든다니!
가슴이 웅장해집니다.
“뭔지 모르겠지만 내가
잘못했으니까 그만 웃어.”
“오늘 손님이 너라는 걸
영광으로 생각하는 중이야.”
실험적인 요리이니 맛볼 손님도 실
험적이어야겠죠. 그게 양이라니
더할 나위가 없군요. 소중한
고양이 식당의 단골손님들에게
미완성된 작품을 선보일 순
없으니까요.
“네가 날 보고 웃는 건 근
10년 만에 처음인 거 같아.”
“기다려. 최고의 요리를
준비해 올 테니까.”
지극히 다정한 제 목소리에
녀석이 소름 끼친다는 듯 어깨를 떱니다.
“먹고 죽지만 않으면 되겠지.”
떨떠름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녀석을 보며 큰 도마를 꺼내
재료를 숭덩숭덩 썰기 시작합니다.
“요즘 고양이 식당을 찾는
손님은 많아?”
양의 질문을 들으며 크게 썬
달여주를 볼에 넣습니다.
“그럭저럭, 입에 풀칠할 정도. 그쪽은?”
“손님이 얼마나 많은지, 가게를
확장하고도 모자라서 체인점까지
하나 냈지.”
녀석은 하늘까지 닿을 듯 높은
동네에서 미용실을 하고 있습니다.
“체인점?”
“딱 적당한 동물이 있어서
2호점을 맡길 수 있었어. 아니었으면
난 과로로 어떻게 됐을지 몰라.
여기도 기어서 와야 했을걸?”
어깨를 으쓱하며 녀석이
허풍을 떱니다.
“자꾸 거짓말하면 지옥 가.”
“진짜야. 인간 세상에서 과로사한
첫 번째 신이 될 뻔했다니까.”
“신이라니, 거창하게도 말하는군.”
“아무튼 체인점 덕분에 한숨 놨어.”
제 말은 들은 체 만 체 녀석은
말을 이어갑니다.
“새로운 디자이너는 비버야.
파마나 염색이 아직 서툴지만
이빨로 커트를 하는 솜씨만큼은
못 이길 정도지. 어쨌거나 미용의
기본은 커트니까. 체인점을
맡을 자격은 충분해.”
비버가 미용사라,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군요. 남의 가게
일이니 아무래도 상관없지만요.
먹다 남은 작약주와 만월주를
섞어 식전주로 내어놓자 녀석이
단숨에 잔을 들이킵니다.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
미용실은 보통 미용실이 아니잖아.”
제가 이야기를 먹고 사는
고양이라면 녀석은 사람들의
기억을 먹고 사는 양입니다.
다른 이들에게 무엇인가를
얻어내어
산다는 것이 우리의 공통점이죠.
“확실히, 보통 미용실은 아니지.”
그래서 친구도 뭣도 아닌
요상한 관계를 내버려두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고양이
식당의 손님이 동물이라면
녀석의 손님은
인간이라는 것이 조금 다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