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토요일 아침부터 내린 이삿짐은 전쟁터다
이삿짐 옮기느라 팔다리는 매 맞은 것 같이 뜨겁다
열일곱 번 째 이사
한 발짝 한 발짝 살림살이 놀이터처럼 빙글빙글 쌓여있고
짜장 짬뽕 서비스 군만두 형은 일꾼들하고 먹는 걸 좋아했지
짜장 짬뽕 군만두
형은 내가 이사하면 꼭 오셨다 앉을 곳이 없어도 서 계셨지
100년 만에 눈이 많이 왔다는 날 형님은 딸기를 사 오셨다
우린 까무러쳤다
어디를 가셔도 빈손으로 안 가 어릴 때 배고파서 그러신데
어디를 가실 때 항상 꼭 먹을 걸 사가지고 방문했지
으~음 으~음
칡뿌리 캐 먹고 아카시아 꽃 따먹고 깜부기 훑어 먹고 메뚜기 잡아먹고
배고파 죽을 것 같던 시절 뭔가 입에 넣고 다니지 않으면 불안했지
어린 시절
허기진 것 그냥 배고픈 게 아니야 사랑 우정 삶이 배고팠지
그런데 눈 오는 날 딸기를 먹을 수 있다니 대박이다
겨울딸기
형의 스마트폰에서 비틀스가 흘렀다
헤이 주드, 폴 메가트니, 예스더데이, 겟백
어 데이 인 더 라이프, 아 원어 홀 유어 핸드, 미셸
형 왜 비틀즈야 응 너 편안하게 이삿짐 좀 풀으라고
이삿짐 정리될 즘 레잇비, 더 스트로베리필드 포에버 가 나왔다
이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