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서두는 단풍을 잡으러
동으로 동으로 동으로 동으로
이 가을 가기 전에 찬 바람 불기 전에
구름도 쉬어가는 미시령 깔딱고개
가쁜 숨 몰아쉬며 허위허위 올랐더니
거대한 바위산이 눈앞을 막아선다
회색 고깔모자 둘러쓴 채
사방 십 리 빙 둘러 울타리치고
환호성을 지르며 산객을 반기는데
일억년 세월이 깎고 다듬은 천태만상
간지러운 바람이 불어오면
암봉 사이로 파란 하늘이 운다
울긋불긋 가을 단풍 익는 소리
울긋불긋 사람 단풍 익는 소리
메아리져 들려오는데
곁에서 달마봉이 다정하게 속삭이고
저 멀리 대청봉이 인자한 미소 지으며
세상을 살피고 있다
정토신앙 성지엔 청동불상 장엄하고
절 위에 걸터앉은 흔들바위
흔들흔들 목례하며 순례객을 맞는데
무슨 일이 그리 바빠 인제야 찾아왔나
설악골 명승지는 이렇게 붐비는데
설악골 명승지는 일 년 열두 달 붐비는데
일 년 열두 달 붐비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