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널목 저기에서
네가 손을 흔들고
우연히 길을 가다
네가 말을 건네고
왜 이제 오냐고
어딜 다녀 왔냐고
두 번 다신 못 간다고
서로 감싸 안고
눈물을 닦아주며
사랑한다 말하고
그렇게 예전처럼 돌아가길 바랬지
그런데 그대로야
여기 혼자 서서
영화 속 이야기는
일어나지 않았어
왜 자꾸 날 힘들게 해
니까짓 게 뭔데
아프지만 괜찮아
내 자신을 달래
좋은 사람 많아
네가 다가 아니야
언젠가는 해준 만큼
돌려주게 될거야
너 없이도 잘 사니까
걱정은 하지마
내일 되면 남들처럼
별일 없이 사니까
자존심을 참고
여기까지 왔는데
현실은 달라
단 하루라도 한 번이라도
그저 우연처럼
스치고 지나쳐 가줘
네가 아니라도
널 닮은 기억을
느낄 수 있다면
하루만 잘 버티면
일주일만 견디면
한 달만 더 참아내면
별거 아닐 거라고
모든 사람이 그렇다고
나 뿐만이 아냐
그까짓거 한잔 술에
모두 털어낼거야
비틀거리다 눈뜨면
웃고 말겠지
더 좋은 사람 만나
보란 듯이 살겠지
쉽게 던진 말처럼
이겨보려고 했지만
친구들의 이야기는
일어나지 않았어
혹시라도 마주칠 거란
기대를 하고
함께 자주 갔던 그곳을
두리번거려
스치고 지나가는 사람마다
너와 닮았다는 착각에
뒤를 보곤 했어
걸려오는 전화가
혹시 너는 아닐지
작은 발자국 소리도
혹시 너는 아닐지
기다려 봤지만
너란 사람 끝내
다시 오지 않았어
단 하루라도 한 번이라도
그저 우연처럼
스치고 지나쳐 가줘
네가 아니라도
널 닮은 기억을
느낄 수 있다면
언젠간 너를 다시 만나
웃고 있을까
그럴 수가 없다는 걸 알아
행복했어
꿈일지 몰라도
단 하루라도 한 번이라도
그저 우연처럼
스치고 지나쳐 가줘
네가 아니라도
널 닮은 기억을
느낄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