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무지개오락실

너가 새로 샀다던 장화
결국 보지 못했어
예쁜 노란색이랬는데
아 완전 궁금했는데
어제부터 시작된 장마
티비 보며 혼자 보냈어
영활 봐도 안 빠져
천장이 새나 봐 방이 물에 잠겨
여느 때와 같이 일하러 가는 길
비가 많이 오는데
넌 어떻게 사는지
묻고 싶은 맘을 입 안에 박음질
수화기 속 울고 있던 넌데
이젠 편하게 자는지
나 너 없으니까 girl
감옥 안에 사는 것 같어
입 속에 레몬 있는 것 같아서
자꾸만 코 끝이 찡해져
침을 칵 뱉어
너가 새로 샀다던 장화
결국 보지 못했어
예쁜 노란색이랬는데
아 완전 궁금했는데
어제부터 시작된 장마
티비 보며 혼자 보냈어
영활 봐도 안 빠져
천장이 새나 봐 방이 물에 잠겨
비나 왔음 좋겠다
비나 내렸음 좋겠다
데이트하는 애들 신발
싹 다 배렸음 좋겠다
눈물나게 우울한데 우산 좀 챙겨
출근할 때마다 연락이 오던
누구한테 소식을
듣고파 궁금한데
퇴근할 때면 친구들은
날 가만 두질 않아
이 놈들은 장마가 반가운가 봐
딱 딱 한 잔만 그래
막걸리 한 사발 먹다 보니까
니가 또 생각이 나지만
알아 늦었지 그 수없이
많은 기횐 다 흩어지고
차가 밟고 지나간 웅덩이처럼
난 덩그러니
아프고 또 차갑게 남겨져 있어
주변이 온통 날 비웃는 기분
그래서 울었지
여름 휴가 계획은 제주도보다
멀리 날아갔지 난 가만히
술집 달력을 바라봤지
장마는 이제 시작이고
난 계속 이럴 거니까
너라도 잘 지냈음 좋겠다
그런 거짓말
너가 새로 샀다던 장화
결국 보지 못했어
예쁜 노란색이랬는데
아 완전 궁금했는데
어제부터 시작된 장마
티비 보며 혼자 보냈어
영활 봐도 안 빠져
천장이 새나 봐 방이 물에 잠겨
아침에 왈칵 했어
나 이제 작은 우산
하나만 있음 되니까
같이 쓸 필요가 없으니까
화장실과 내 방 두 개만
왔다갔다 하다가 또 하루가
나 배탈 났나 봐
나 속이 비었나 봐
허전해서 우나 봐
너가 새로 샀다던 장화
결국 보지 못했어
예쁜 노란색이랬는데
아 완전 궁금했는데
어제부터 시작된 장마
티비 보며 혼자 보냈어
영활 봐도 안 빠져
천장이 새나 봐 방이 물에 잠겨
똑 똑 똑
그만 좀 나오라고
똑 똑 똑
엄마 배 아프다고
똑 똑 똑
난 대답도 못하고
똑 똑 똑
세면대를 꽉 붙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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