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그랬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잊혀진다고..
그래서 아팠다.
너에게서는 내가..
내게서는 네가..
우리가 함께 만들어 놓은 시간들
그 모든 기억과 추억들이 잊혀진다는 게,
우리였던 날들이 담담해진다는 것이 두려웠다.
매일 아침 텅 비어버린 공허함을 마주해야 했고,
길고 어두운 밤을 견뎌야 했다.
너와는 상관없이 너와의 시간을 잊고 싶지 않았던 지라
굳이 괜찮아지려 노력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라도 우리를 기억해
나 혼자라도 지난 우리의 시간을 지키고 싶었다.
미련한 하루하루가 쌓여가던 언제부터인가
눈을 뜨면 밀려오던 공허함이 무뎌졌고,
길고 어두웠던 그 밤들은 조금씩 담담해져 갔다.
너와의 처음과 끝..
지금까지의 모든 것들이 마치 꿈을 꾼 것만 같다.
해 질 녘 노을 밑 바람이 부는 거리,
그 위를 흩날리는 낙엽들, 옷을 여미는 사람들..
계절에 따라 자연스레 바뀌는 풍경들..
내 마음은 관심 없다는 듯 시간은 흘러
어느덧 또 한 번의 계절이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