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말수가 늘고
괜스레 다른 곳에 시선을 두고
더 이상 나완 상관없는 것처럼
무뎌진 가슴이 더 서글퍼진다
내가 감당해야 하는 슬픔과
내가 참아내야 하는 아픔과
너를 사랑했던 아련한 기억도
낯선 모습으로 나를 반긴다
그리움이 파도처럼 일어나
발을 옮길 때마다 차갑게 묻어난다
슬픔이 벽을 쌓고 맴돌아
모진 말이 아니어도
쉽게 부서져 내린다
허무하게
내가 좋아하던 낡은 외투와
우리가 자주 가던 오래된 찻집과
너와 함께 듣던 익숙한 음악도
낯선 모습으로 나를 반긴다
바라보지 않게 고개를 돌려도
마주치지 않게 발걸음을 피해도
점점 선명해진다
향기 가득한 기억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