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희네 담벼락에 누가 써 놓은 이야기

이홍렬


철조망에 가친 원숭이들 말라 비틀어진 나무위에 놀고있네
여기저기 먹다버린 과일 조각들 흘리는 추억들은 사라져가고
어린아이 손지검과 졸엄속에서 기다릴 것 없는 하루가 가네
비닐 봉지와 탁한 먼지속에 서산을 물들인 황혼은 예뻐
밤이 찾아오면 별이뜨고 마음엔 창살이 거치며
전설처럼 간직해온 우리 얘기를 눈물도 마른체 얘기하겠지
우리는 자유로웠다 자유롭게 우리는 살고 있었다
세월이 흐르고 나면 모든 것이 뜻대로 되면
조그만 풀 한 포기 이슬방울도 눈물겨워 바라보리라
원숭이를 보고 웃지마라 닥치는 대로 망가뜨릴 사람들아
여기저기 싸여있는 쓰레기 떠미 푸르른 강산은 사라져 가고
차디차게 쌓아 올린 빌딩 사이로 바람한점 없는 하루가 가네
썩은 강물과 메마른 불빛속에 힘없이 비틀 거리는 사람
밤이 찾아오면 달이뜨고 서로의 마음이 열리면
전설처럼 간직해온 우리 얘기를 눈물을 흘리며 얘기하겠지
우리는 자유로웠다 자유롭게 우리는 살고 있었다
세월이 흐르고 흐르고 나면 모든 것이 뜻대로 뜻대로 되면
등굽은물 고기와 벌래 까지도 눈물겨워 바라 보리라
우리는 자유로웠다 자유롭게 우리는 살고 있었다
세월이 흐르고 흐르고 나면 모든 것이 뜻대로 뜻대로 되면
조그만 풀 한포기 이슬방울도 눈물겨워 바라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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