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숙취에 절은 무거운 몸 이끌고 언제나처럼 홍대로 갔었지 한나절을 공원 벤치에 걸터앉아서 할 일없이 담배만 펴댔네 따사로운 오후의 봄볕아래서 꼬마들은 즐거운 듯 뛰놀고 한켠엔 무리 지은 비둘기 때들 분주히 먹일 찾아 돌아다니고 생동하는 봄날의 기운에도 나는 그저 멍청히 앉아있네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이건만 난 그저 멍청히 앉아있네
할 일없이 담배만을 연신 피워대니 그새 한 갑이 동나버렸네 가진 거라 불알 두 짝 지폐 두 장뿐 담밸 사면 차비가 모자라 한동안을 가만히 망설이다가 땅에 떨어진 꽁초를 찾아 나섰지 오늘따라 장초가 안보이네 눈에 불을 켜고 한동안을 뒤졌네 적당한 놈 하나를 골라잡아 바지춤에 슥슥 털어 물고 보니 이 맛이 꿀맛일세, 천하가 내 것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