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부랑 할미꽃 이야기를 아시나요?
옛날 옛적 오얏골에 세자매집이 있었답니다.
예쁜이 첫째 딸, 똑똑이 둘째 딸 그리고 말괄량이 막내딸이라고 불렀더래요.
세 자매는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넷이 살고 있었어요.
어머니는 허리가 굽도록 세 자매를 키웠지요.
그런 어머니에겐 한가지 걱정이 있었어요.
바로 언니들에 비해 부족한 막내딸이었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심성은 착하지만, 집안일도 못하고 공부도 못하고
매일같이 꽈당! 우당탕! 하루도 얌전한 날이 없었거든요.
“막내야. 시집은 어떻게 가려고 그러냐. 언니들 봐라 얼마나 야무지고 고우니?
그러니까 벌써 좋은 혼처가 생겼지 않니.”
어머니가 시름을 하면 막내딸은 매번
“나는 어머니랑 평생 살지요 뭐~.”
하며 헤실헤실 웃었어요.
어느덧 예쁜이 첫째 딸의 결혼식 날이 되었어요.
고을에서 가장 부유한 남자에게 시집을 갔지요.
“어머니, 이제 호강시켜 드릴게요.”
첫째 딸은 매일 맛있는 음식과 값비싼 옷감을 보냈어요.
이웃들은 첫째 딸을 칭찬했어요.
“세 자매 중에 첫째 딸이 최고다!”
얼마 후 똑똑이 둘째 딸도 결혼했지요.
고을에서 가장 똑똑한 남자에게 시집을 갔어요.
“어머니, 저도 호강시켜 드릴게요.”
둘째 딸 부부는 나라에 큰 공을 세워 높은 관직을 얻었어요.
어머니도 덩달아 고을 사람들에게 크게 대우받았지요.
“세 자매 중에 둘째 딸이 최고네!”
두 언니가 시집을 가고 막내딸은 어머니를 살갑게 모셨어요.
“어머니 언니들이 없어 적적하시죠, 제가 더 잘할게요.”
그래도 어머니의 시름은 깊어갔어요.
몇 년이 지나도 막내딸의 혼처가 생기지 않았거든요.
매일 막내딸과 입씨름을했지요.
“얘야, 너도 얼른 시집을 가야 하지 않겠니?”
“저는 어머니와 함께 오손도손 사는 지금이 좋은걸요?”
“어휴.”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는 좋은 생각이 났어요.
‘옳지! 아예 나가 살게 해봐야겠다.
혼자 있으면 집안일도 늘 테고 그러면 남편감도 만나게 될지 몰라.’
어머니는 막내딸을 근처 초가집에서 혼자 살게 했어요.
막내딸은 어리둥절했지만, 어머니의 말씀을 따랐지요.
그러면서도 늘 맛있는 것 좋은 것 어머니와 함께하려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의 집에 불이 나고 말았어요.
“이를 어째. 당장 어디서 지내야 할꼬?”
“어머니 저희 집으로 가요.”
막내딸은 어머니를 모시려고 했지만 어머니는 막내딸의 집에 가기 싫었어요.
“되었다. 두 언니가 모두 부잣집 며느리잖니. 난 그리로 가련다.”
어머니는 먼저 첫째 딸의 집으로 갔어요.
으리으리한 기와집의 대문을 두드렸지요.
“얘 첫째야, 어미다.”
첫째 딸이 버선발로 나와 반겼어요.
“어머니 말도 없이 어쩐 일이셔요.”
“글쎄 집이 타버렸지 뭐냐. 당분간 여기서 지내야겠다. 널찍하니 참 좋구나.”
이야기를 들은 첫째 딸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지요.
“어쩌죠, 그게… 내일부터 남편과 여행을 떠나요. 혹시 둘째네는 어떠셔요?”
“아이구 그러냐? 그래그래. 내일 둘째 네로 가마.”
이튿날 어머니는 서둘러 둘째네로 발길을 돌렸어요.
둘째 딸의 집은 아침부터 아주 바빴어요.
“어머니 오셨어요? 이것만 끝낼게요 잠시만요.”
둘째 부부는 점심이 훌쩍 지나고 저녁이 되도록 바빴지요.
“죄송해요. 요즘 너무 바빠서 모실 수 없겠어요.”
“그래그래. 바쁜데 미안하구나.”
어머니는 한숨을 푹 쉬었어요.
“어떻게 키운 딸들인데 하루를 편하게 있질 못하네.”
어머니는 어쩔 수 없이 막내 집으로 향했지요.
지팡이를 짚고 지친 등을 두드리며 가파른 언덕을 올랐어요.
이윽고 저 너머에 막내 집이 보였어요.
“에고에고. 막내야~.”
순간, 막내를 부르던 어머니는 그만 힘이 쪽 빠져버렸지요.
그 바람에 내리막길로 데굴데굴 굴러 막내 집 앞에 떨어졌어요.
막내는 다친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돌봐드렸지만
며칠 후, 결국 어머니는 막내의 집에서 돌아가시고 말았지요.
“아이고 어머니… .”
이듬해 봄, 막내의 집 마당에 어머니의 모습을 닮은 꼬부랑 꽃이 피었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