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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자 영을 듣고 모보경, 이상호

[자진모리] 방자 영을 듣고 충 충충 충충 걸어 나가는디 마루 밑 청삽사리 컹컹 짖고 내달으니, 그때여 춘향 모친 치마 끈 졸라 매며 닫은 방문 툭 차 열고 우루루루루루루루 쫓아 나와, “네 요 개. 왜 이리 짖느냐? 워리 워리.” 방자 선뜻 나가거날 춘향모 질색허여, “아이고 저 도적 놈 왔구나. 네 이 도적놈.

방자의 왼갖 생각 (춘향의 집얼 건너가며) 모보경, 이상호

되고 안 되기는 도련님 연분이옵고, 말 듣고 안 듣기는 춘향의 마음이옵고, 편지 전허고 안 전허기는 소인 놈 생각이오니, 편지 써 주어 보시오.” 도련님이 두 무릎을 단정히 꿇고 앉어 편지를 쓰것다. 방자 보더니, “도련님, 거 편히 앉어 쓰시오.” “네가 모르는 말이다. ‘성심소도에 금석을 가투’라는 문자가 있느니라. 정성 없이 써 되겠느냐?”

광한루 행차채비 (저 방자 분부 듣고) 모보경, 이상호

부친 따라 고을에 내려와 책실에서 공부할 제, 때마침 단오일이요 일기 화창하니 방자 불러 남원 경치를 물으시겄다. “이 얘 방자야” “예이” “너희 고을에 볼만한 승지있느냐?” “소인 고을에 광한루 있사온디 삼남 제일루라 허옵니다.” “얘, 광한루 있으면 오작교도 있겠구나.” “오작교도 있거니와 누 옆에 영주각과 승사각이 좋사옵니다.”

광한루 풍경 (동편을 가리키며) 모보경, 이상호

방자 팔을 들어 역력히 고하는디, [진양조] 동편을 가르치며, “저 건너 보이는 산은 지리산 내맥인디 신선 내려 노든데요.” 북편을 가르치며, “교룡 산성이 저기온디 화계야곡 성성지지옵고.”

춘향의 집 (저 건너) 모보경, 이상호

방자 놈이 도련님을 은연 중 골리는디, “도련님이 소인 놈보다 키가 적으신게 저기 저 높은 디 올라서서 엄지 발로 괴고 스시오.” 도련님이 춘향집 볼 욕심으로 방자 시키는 대로 허것다. 방자 놈이 도련님을 엄지 발로 괴어놓고 춘향집을 가르치는디, [진양조] “저 건너 저 건너, 저어기 저어기 저 건너.” “하 이 자식아, 저 건너 어디란 말이냐.”

춘향의 울음소리에 (내행차 나오려고) 모보경, 이상호

방자 분부 듣고 충 충충 충충 갔다 나오는디, 이 놈이 도련님보다 더 섧게 울며 나오는디, “어따 우는디 우는디.” “아 이 자식아, 누가 그렇게 운단 말이냐?” “누가 그렇게 울겄소. 춘향이가 나와 우는디 잔디를 뜯어서 밥을 허면 시 때는 히먹게 뜯어놓고 땅을 어찌 문댔던지 한질은 되게 파놓고 우는디 사람의 눈으로는 못 보겄습디다.”

방자문안 (소인 방자놈 문안이요)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 방자 깜짝 놀래어 돌아보니 편지가 눈물에 젖어 물걸레가 되었는지라. 방자 기가 막혀, “아니 저놈의 어른이 남의 편지를 물걸레로 만들어 놨네 그려. 아 이놈의 어른아! 그만 울고 남의 편지 물어내어.” “오냐 물어주마. 그리고 너 서울 가야 그 양반 안 계시다.” “계시고 안 계신 속을 당신이 어찌 아요?”

천자뒤풀이 (자시으 생천) 모보경, 이상호

방자 돌아와, “편지 전허였소.” “답장은 아니 해주더냐?” “답장 인자 곧 올 것이요.” 도련님이 답장을 기다리는디, 실성 발광이 되어 마음 잡기 위하여 만권 서책을 들여놓고 노리글로 펄쩍펄쩍 뛰며 읽것다. [창조] “천명지위성이요 솔성지위도요 수도지위교라. 대학지도는 재명명덕허며 재신민허며 재지어 지선이니라. 마상에 봉한식허니 도중에 속모춘이라.

오리정 이별 (도련님 하릴없이) ~ 술상 채려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 그때여 내행은 길을 뜨려고 내외가 분주헐 제, 도련님 아니 들어오니 방자 민망허여 춘향 집에 나와 보니 춘향과 도련님이 정신없이 울고 있는지라. 방자 어이없어, “도련님 어쩔라고 이러시오? 내행차는 오리정을 지내시고 사또께서는 도련님 찾어 야단나겼소. 어서 가십시다.”

이도령의 작별인사 (도련님 하릴없이 방자으게 붙들리어) ~ 달만큼 보이다가 (저 방자 미워라고)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 방자 보다 답답허여, “도련님 어쩔라고 이러시오? 점잖허신 도련님이 이별을 허실라면, ‘춘향아 잘 있거라’, ‘도련님 잘 가시오’ 아 그 단 두 마디만 히도 그 속이 천지 우랑의 장마 물속인디 이게 벌써 며칠이요. 바로 명춘에 가신다 히도 떠나실 때는 항상 이러실테니 인자 그만 가십시다. 향단아! 너그 애기씨 조깨 붙들어라.”

교명오작선인교요 모보경, 이상호

방자 술상 갖다놓고 술 부어 올리니 이 삼배 자신 후 취흥이 도도하야 글 한 수를 지었으되 춘향 상봉할 글을 지었것다. [시창] 교명오작선인교요, 누호광한옥경누를. 차문전생수직녀오, 지응금일아견우를.

이몽룡, 춘향집을 찾아간다 (이윽고 퇴령소리) 모보경, 이상호

방자 충충 다녀오더니, “도련님! 다 틀렸소.” “어찌 되었더냐?” “사또께서 오늘 저녁에 놀으신다고 기생 부르고 공인 부르고 관청으로 음식 속히 가져오라 허시면서 책방 나리보고 오늘 밤새도록 놀으신다고 허시니 도련님 일은 다 틀렸소. 잊어버리고 일찍 주무십시오.”

춘향의 편지 내용 (백운홍수)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 어사또 내려오시다 방자 허는 소리를 들으시고, “저놈이 내 앞에서 수 년 거행허던 방자 놈이 분명한데 저놈의 천성이 방정 맞은 놈인지라 내 본색을 알게 되면 누설이 될 것이니 잠시 속일 수 밖에 없지. 이 얘! 저기 가는 놈아! 여봐라! 이 얘!” “당신이 날 불렀소?” “오냐 불렀다. 이리 좀 오너라” “뭣 헐라고 불렀소?”

이도령의 심사 (가벼야이) 모보경, 이상호

방자 눈치 빠른 놈이라 도련님이 춘향 보고 벌써 넋 나간 줄 알었지. “예.” “저 건너 화림 중의 울긋불긋 오락가락 하는 것이 사람이냐, 신선이냐?”

자진 사랑가 3 모보경, 이상호

방자 좀 마저 넣어다오.” 춘향이도 파겁이 되어, “둥둥 내 서방, 이리 보아도 내 서방, 저리 보아도 내 서방.” 도련님이 그저 좋아라고 대답을 백번 천번 장리 쳐서 허는디, 그저 “와야 와야 와야 와야 와야.”

해돋이 (해소식) 모보경, 이상호

향단이를 보낸 후 실성발광으로 보름날이 당도허니 날도 밝기 전부터 방자 불러 쌍창 앞에 앉혀놓고 해소식을 묻는디 부지 못허게 허것다. [중모리] “이 얘 방자야, 이 얘 방자야, 해가 어디만큼 갔나 보아라.” “아니 도련님, 아직 동도 안 텄는디 무슨 해를 봐요.” “방자야.” “예.” “해 좀 보아라.” “해 인자 돋소.” “인제 돋아 어쩔거나?

이 도령의 달램(도련님이 이 말 듣고) 모보경, 이상호

[중모리] 도련님이 이 말 듣고 말 아래 급히 내려 우루루루루루루루 뛰어 들어가 춘향의 목을 안고, “춘향아, 네가 이것이 웬일이냐? 네가 천연히 집에 앉어 날 더러 잘가라고 말을 허여도 장부 간장이 다 녹는디, 삼도 네거리 쩍 벌어진데서 네가 이 울음이 웬일이냐?” 춘향이 기가 맥혀, “아이고 도련님, 참으로 가시오 그려. 못 허지, 못 가지요.

향단과 월매의 위로 (그 자리 버썩) 모보경, 이상호

이리 앉어 울음 울 제, 향단이도 곁에 앉어 사설을 허며 우는디, “나 어리신 도련님이 어찌 그리 점잖허시고 사리 알고 인정 있고 글 용허고 글씨 좋고 아무 장난을 허여도 어찌 그리 귀인있고 웃음을 웃어도 어찌 그리 복스럽게 웃으시더니, 웃음 소리를 언제 듣고 장난허시는 그 형용을 언제 다시 뵈올거나. 내 마음이 이럴 적으 애기씨 마음은 오직허리.

춘향모의 항변 (춘향 어머니 나온다) 모보경, 이상호

늙은 에미가 곁에 앉어 아무리 좋은 말로 달래어도 아니 듣고 꾸짖어도 아니 듣고 시름 상사 깊이 든 병 내내 고치들 못허고 원통히 죽거드면 칠십당년 늙은 년이 딸 죽이고 사위 잃고 지리산 갈가마귀 겟발 물어다 더진 듯이 혈혈단신 이내 몸이 누구 믿고 살으라고, 못 허지 못 허여 양반의 자세허고 몇 사람을 죽일라는가?”

군로 사령이 나간다 모보경, 이상호

사또 그 말을 더 멋지게 듣고, “그러기에 저를 기특타 하지야. 나도 한 번 알면 그 사람같이 섬길테니 그 아니 기특한 일이냐? 그리고 에미 말 어찌 안듣겠느냐? 네가 잘 타일러 보아라.” 이렇듯 춘향모를 시켜 사오차 달래어도 죽기로써 영영 안들으니 사또 그제는 분을 내어, “그 년 괘씸한 년이지. 제가 수절? 춘향 바삐 잡어 들여라.”

여러 기생들의 말 (여러 기생들이 들어온다) 모보경, 이상호

춘향모 등 밀려 나온 후, 교방청 여러 기생들이 춘향이가 죽었단 말을 듣고 들어가는디, [중중모리] 여러 기생들이 들어온다. 여러 기생들이 들어온다. 행수 기생이 들어오며, “여보소 이 사람들아, 죽었다네 죽었어.” “죽다니 누가 죽어요?” “춘향이가 매를 맞고 생죽엄을 당허였다네.” “아이고 이제 웬 말이요. 춘향이가 죽다니. 불쌍허고 아까워라.

한양서 만나자는 춘향이 (건장헌 두패쪼군) 모보경, 이상호

네가 만일으 올라오면 만나보니 좋지마는 너를 어데 숨겨두고 남 모르게 왕래헐 제, 하나 알고 둘이 알어 차제 전파가 되거드면, 오입쟁이들이 이 말 듣고 기생으로 내어세면 내 아무리 양반인들 내 계집이니 그리 말라 뉘를 대하여 말을 허며 오입쟁이 서울 법은 새로 구실드는 기생 서방 한번 내어세면 죽기는 쉽거니와 마단 말을 못허는 법이니 그런 말도 허지마라.”

난향이 춘향을 달랜다 (적적한 심야간으) 모보경, 이상호

춘향이 이 말 듣고, “말인즉 옳네마는 송백죽 굳은 절행 내가 어이 훼절허리, 내 고집이 남과 달러 장차 명을 바치랴니 사또 전에 여쭙기를, 춘향을 알어보니 훼절은 고사허고 어서 박살 죽여주면 혼비중천 높이 날어 삼청동을 올라가서 이몽룡을 보겄다고 그 말이나 전허여라.”

부끄러운 춘향이 (춘향 앞으로 들어가며) 모보경, 이상호

춘향이 이 말 듣고 도련님과 일어나서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와 서로 손을 마주 잡고 차마 놓지 못허더니, 도련님 이른 말씀, “우리가 이러다 남에게 우사하기 쉽겠다. 오늘 밤에 다시 오마.”

몽중가 (아무덴 줄 바이몰라) 모보경, 이상호

춘향이 이 말 듣고 궤자하여 여짜오되, “첩이 비록 무식허오나 고서를 일찍 보오니 부인의 높은 명망 왼 천하의 낭자키로, 어찌허여 속히 죽어 존안을 앙대헐고 주야으 불망 허였더니, 오늘날 황능묘으 뵈오니 이제 죽어 한이 없느니다.” 부인이 이른 말씀, “네가 우리를 안다허니 나의 설음을 네 들어라.

생신잔치 준비 (이튿날 평명후으) ~ 동헌풍경(본관사또주인이라) ~ 어사또의봉변(고인불러삼현치고) ~ 운봉이 안다(운봉이 무변으) 모보경, 이상호

충청도 내포 사옵는디, 이 근처 왔다 오늘 잔치 소문 듣고 구경이나 허고 주효나 얻어먹자 불고염치 왔사오니 허물치 마옵시오.” 통인 급창 달려들어, “어따, 이게 웬 양반이 통지 없이 들어오오.” 등 밀거니 옆 밀거니 귀통이 헛 뺨치니 어사또 기가 맥혀 쌍기둥 꽉 껴 붙들고, [아니리] “예라 이놈들 놔라. 가난한 양반 옷 찢어진다.

춘향석방 (사정이 옥쇄를) 모보경, 이상호

춘향이 그 말 듣고 받어 볼 리가 없지마는 막상 몰라 받어보니 제가 끼든 지환이로구나. 춘향이 지환 보더니 두 눈이 침침허여 무뚜뚜루미 바라보더니 지환을 들어 손에 끼고, “얼씨구나, 살었네.”

과거장 (그때여 몽룡씨는) ~ 서리 역졸 분발 (남대문 밖 썩 내달아)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 어사또 본댁으로 돌아와 사당참알 헌 연후, 이튿날 새벽에 전라도로 내려 가시는디 [빠른 자진모리] 남대문밖 썩 내달아 칠패 팔패 청패 배다리 동작이 월강 과천 들어 중화허고 수원 들어 숙소허고, 천안 삼거리 지내어 도리치 증기영말 원터 고개를 넘은 후 팔풍정이를 당도허니, 퉁소 소리 들리거날 퉁소 소리 잠깐 듣고, 화란모란 광정 공주 금강 월강 장기대

신연행차 (신연맞이) ~ 청도 한쌍 홍문 한쌍 모보경, 이상호

남원에 내려가 선치 하려는게 아니라, 남원 성춘향이가 만고절색이란 말을 듣고 춘향을 보기 위하야 내려 오시는디, 신연 행차가 더욱 찬란허것다. [자진모리] 신연맞어 내려올 제, 벌연 맵시 잔이 좋다. 모란 새김 완자창 네 활개 쩍 벌려 일등마부 유랑달마 덩덩 그렇게 실었다. 키 큰 사령 청창옷 뒷채잽이가 힘을 주어 벌연 뒤 닿었네.

사또전 춘향모의 말 (춘향 어머니 여짜오되)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향자 가진 기생들이 차례로 들어와도 춘향은 종시 없거늘 사또 물으시되, “너의 고을에 춘향이라는 기생이 있다는데 점고에 불참이니 웬일이냐?” 호장이 여짜오되,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춘향은 본시 기생이 아니오라 양반의 기출로 대비 넣고 물러 나와 여공만 숭상허옵다가, 구관 자제 이몽룡씨와 백년 언약허고 올라가신 후로 수절허고 있나이다.” 사또...

어사또와 춘향모의 상봉 (허허 저 걸인아)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어! 차마 못보겠구나. 내가 선영의 덕으로 어사한 줄 알았더니, 예와 보니 춘향모 정성이 반이나 되겠구나. 저런 형상에 내가 이 모양을 하고 들어갔다가는 저 늙은이 성질에 큰 괴변이 날터이니 잠시 속일 수 밖에 없지.이리 오너라. 이리 오너라. 게 아무도 없느냐?”춘향모 울다 깜짝 놀래어,“향단아! 너그 애기씨가 죽게가 되니 성주 지신이 발...

네가 날 오기만 기대려라 (춘향이 여짜오되 어머니 우지말고)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어찌 소리를 질렀던지 춘향은 놀래여 웃목으로 가고 향단이는 놀래어 부엌으로 가고 개는 놀래서 저 뒷간으로 가고 도련님은 놀래어 눈을 휘둥글게 뜨고 아랫목에 바짝 쪼그리고 앉어, “여보소 장모, 그리마오. 내 춘향 데려감세. 좋은 수가 있네. 내일 내행 앞에 신주 요여가 올라갈 터이니 신주는 모셔내여 내 도포 소매 안에 모시고 춘향은 요여 속에...

월매의 실망 (춘향 모친 기가맥혀) 모보경, 이상호

[중모리]춘향 모친 기가 맥혀. 떴다 절컥 떨어져 밖으로 우루루루루루루루 뛰어 나가 정화수 그릇을 들어쳐 매어 와닥딱 와그르르르르 탕 탕 부딪치며,“죽었구나. 죽었구나. 내 딸 춘향이 영 죽었네. 칠십당년 늙은 년이 당산철륭으 엎드려서 우리 사위 잘 되라고 밤이나 낮이나 하나님 전 축수를 허였더니, 저 지경이 웬일이여? 노천이 망령 들어 살펴 주실 줄...

향단의 변명 (하나는 남중문장재사요)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네 요년, 말히라. 바른대로 허면 이어니와 만일 둔사허는 날은 죽고 남지 못 허리라. 간밤에 애기씨가 무슨 일이 있었지? 너는 모를리 없을테니 바른대로 말해라.”이렇듯 호통허니 향단이 겁을 내어, “마나님 진정허시고 제 말씀을 들어뵈겨요. 간밤에 애기씨와 제가 바느질을 허는디 책방도련님이 나와겨서 애기씨와 말씀허시기에 저는 제 방으로 왔사오...

어사또가 춘향을 찾아간다 (초경야경) 모보경, 이상호

[진양조]초경 이경 삼사 오경이 지내니 파루 시간이 당허였구나. 파루는 뎅 뎅 치는디 옥루는 잔잔이라, 향단이가 파루 소리를 듣더니만,“마나님 파루 쳤나이다. 애기씨한테 가사이다.”“오냐, 가자. 먹을 시간도 지내가고 갈 시간도 늦었구나.”향단이는 앞을 세고 걸인 사위 뒤를 세워 옥으로 내려갈 제, 밤은 적적 깊었는디 인적은 고요허여 사람 자취가 끊쳤...

임을 찾아서 갈까부다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이렇듯이 군로 사령들이 서슬이 퍼렇게 나가는디, 그때여 춘향은 사령이 오는지 군로가 오는지 아무런 줄 모르고 외로운 벼개 우에 벽만 안고 홀로 누워 시름 상사 울음을 우는디,[중모리]“갈까부다, 갈까부네. 임을 찾어 갈까부다. 어이허여 못 오신고? 바람도 쉬어 넘고 구름도 쉬어 넘는 해동청 보라매 모두 쉬어 넘는 동설령고개, 임이 왔다허면 나...

월매의 한탄 (춘향 모친 전후사를 생각허니)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춘향모 들어보니 일이 그럴듯도 허여,“이 년아 듣기 싫다. 애기씬가 뭣인가나 깨 오니라. 어찌된 사연이나 들어보자.”향단이가 들어가 춘향을 깨워 마나님께 탄로된 말을 다 허니 춘향이 겁을 내어 저의 모친 앞에 와 벌벌 떨고 서있을 제,[진양조]춘향 모친 전후사를 생각허니 설움이 복받치어 춘향이를 물그러미 바라보더니 두 눈에 눈물이 듣거니 맺거...

춘향의 꿈 (책상의 촛불을 돋우켜고)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글 지어 읊은 후 다시 일어 배회헐 제, 그때여 춘향이는 도련님을 만날라고 그 전일 초나흗날 밤에 몽사 하나를 얻것다.[단중모리]책상의 촛불을 돋우 켜고 열녀전을 외어가다 홀연히 잠 오거날 서안을 의지허고 잠깐 조으더니, 비몽사몽간의 춘향 몸이 공중으로 날리어 바람을 어거허고 구름을 헤쳐가다 한 곳을 당도허니 주궁패궐은 보던바 처음이라. 그 ...

사령 맞는 춘향 (그럴줄 내 알었다)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이렇듯 설리 울 제, 향단이 급히 뛰어 들어오며,“아이고 애기씨, 사령들이 떠들고 나오면서 애기씨를 부르니 아마도 무슨 야단이 났는개비요.” [단중모리]“그럴 줄 내 알었다. 홈초리나 받으리라.”치자 다래 그린 유문지호사로 머리를 바드득 졸라매고 문밖으로 나오면서 “김번수네 아저씨 박패두네 오라버니, 이번 신연에 가셨다더니 노독이나 없이 다녀...

춘향모 술상 차리는디 (강진향 교자반으)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춘향모 울다가 춘향과 향단이 우는 것을 보더니 손수 탕 치고 허는 말이,“워라 워라 워라, 시끄럽다. 울어도 소용없고 한탄해도 쓸 데 없고 소 흥정이라고 물릴 수도 없고 다른 사람 같잖애 이 골 사또 자제라 허니 좋기사 좋다. 도련님이 나도 모르게 와겨서 오직 시장허셨겄냐. 오늘 밤에 일찍 오시라고 네 기별로 왕복히라. 향단아 애기씨가 간밤에...

어사또와 옥중 춘향의 상봉 (춘향이가 나오는디) 모보경, 이상호

[중모리]춘향이가 나오는디, 형문 맞은 다리 더덕이져서 촌보헐 길이 전이 없고 큰 칼 목으 칼 몽오리 서서 목 놀릴 길이 전혀 없네. 칼머리를 두 손으로 들어 저만쯤 옮겨 놓고 형문 맞은 다리를 두 손으로 옮겨 놓으며 뭉그적 뭉그적 나오더니,“아이고 어머니, 어찌 왔소?”“오냐, 왔더라.” “오다니, 누가 와요?”“밤낮주야 기다리고 바래던 너의 서방 ...

어사또의 형색 (각처로다) 모보경, 이상호

[중모리]각처로 다 분발허고 그때여 어사또는 패의 파관을 채리는디 앞살 터진 헌 망건으 박 쪼가리로 관자 달어 두 눈썹 잔뜩 눌러 두통나게 졸라매고, 철대 없는 헌 파립 버리줄 총총 매어 노갓끈을 달어 쓰고, 자락 없는 헌 베 도포 열 두 도막 잇은 띠를 흉당 눌러 잡어매고, 질목 짚신 감발허고, 주령을 끌면서 독담물을 지내어 숫고개를 얼른 넘어 한내...

춘향이 사또전에 불려간다 (행수기생이 나간다)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이 대문에 이리 했다고 허나 그랬을 리가 있으리요. 춘향같은 열녀가 죽으면 영 죽었지, 사령에게 사정할 리도 없으려니와, 사또가 춘향에게 혹헌 마음 사령을 보내어 잡아오라 했을 리가 있으리오. 춘향모를 시켜 아무리 달래여도 영영 안 들으니 교방청 여러 기생들을 불러 놓고 분부 허시되, “너희 중에 누가 춘향을 불러 오겠느냐?” 허시니 행수 기...

긴 사랑가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도련님 앞에 놓고,“졸지에 채리느라고 잡술 것은 없사오나 이 술이 경사 술이오니 우리 한 잔씩 먹읍시다.”“주주객반이라 허였으니 장모가 먼저 들게”이 삼배씩 자신 후 어간 있는 춘향모라 자리보전허여 놓고 건넌방으로 건너갔것다. 도련님과 춘향은 월태화용 그림같이 마주 앉어 쌍긋쌍긋 웃어가며, 하룻밤을 지냈으니 허물도 적어지고 춘향모도 아는지라 ...

애부라니 당치 않소 (춘향이 여짜오되)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사또께서 영창문을 비긋이 열고 내다보시더니,“오, 그것 옹골지게 생겼다. 볕이 뜨거우니 올라오너라.” 춘향이 올라가 아미를 숙이고 요만허고 서 있으니,“게 앉거라. 과연 듣던 말과 같다. 명불허전이로다. 네가 이 서방을 위하여 수절한다지? 그것 참 가소로운 일이다. 그 양반 가신 후 너 같은 미색을 그냥 두었을 리 있겠느냐? 응당 애부가 있을...

자진 사랑가 1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나 그것 되기 싫소.”“어찌 그렇단 말이냐?”“살어서 밑으로 가는 것도 원통헌디 죽어서도 아래로만 가라 하시니 나 그것 재미없어 되기 싫소.”“그러면 네가 위로 가게 하여주마.”[중중모리]“내 사랑 너 죽어 될 것 있다. 너는 죽어서 돌매 웃짝 되고 나는 죽어 매 밑짝 되어 사람의 손이 얼른허면 천원지방의 두 짝으로 홰홰 돌려 갈거들랑 네가...

어사출두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고연 놈들이로고. 산 사람 앞에 음식을 놓고 ‘허 쉐’라니.”어사또 부채를 거꾸로 쥐고 운봉 옆구리를 콱 찌르며, “여보, 운봉 영장.” 운봉이 깜짝 놀래어, “허허, 이 냥반 왜 이러시오?”“저기 저 본관 상에 놓인 갈비 한 대 먹게 해주오.”운봉이 통인을 불러,“네 저 상의 갈비 갖다 이 어른께 올려라.”어사또 다시 부채꼭지로 운봉 옆구...

이 도령의 상사병 (도련님 그 시부터)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도련님이 춘향을 잘 보더니 춘향의 집도 잘 보것다.“얘, 하고 사는 것도 한다는 사대부댁 같구나.”[자진모리]도련님 그 시부터 구경에도 뜻이 없고 글짓기도 생각 없어 무엇을 잃은 듯이 섭섭히 돌아와, 동헌에 잠깐 다녀 내아에 뵈온 후 책방으로 돌아와서 옷을 모두 벗어 걸고 침금에 비껴 누니, 몸은 광한루 앉은 듯 눈은 선연히 춘향을 대하는 듯...

자진 사랑가 2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나 그것도 되기 싫소.”“네가 위로 갔는데도 싫단 말이냐?”“욱으로는 갔어도 가운데 주인 삼어 따러 다니는 조가 미워 그것도 되기 싫소.”“춘향아, 그는 팔자소관이라 하는 수 있느냐? 우리 그건 그만 두고 업고나 놀아보자.”“업고 놀다 미끄런 장판방에서 넘어지면 어쩌실라고.”“넘어지면 좋지. 넘어지는 체 하고 그 속 알겠느냐?”도련님이 춘향...

꿈아 꿈아 무정헌 꿈아 (비 맞은 제비같이) 모보경, 이상호

[아니리]춘향이 절행만 도도헌 게 아니라 효성 또한 지극한 사람이라. 저의 모친 말을 거역치 못허여 집으로 들어갈 제,[진양조]비 맞은 제비같이 갈지 자 비틀 걸음 정황없이 들어가서, 제 방으로 들어가며,“향단아, 발 걷고 문 닫혀라. 침상편시춘몽중으 꿈이나 이루어 가시는 도련님을 몽중으나 상봉허지 생시에는 볼 수가 없구나.”방 가운데 주저 앉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