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기를 아무런 소리 없이
버려지기를 아무런 미련 없이
잊혀지기를 모두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기를 나의 모든 흔적
나의 손을 잡아
서로를 위로할 수 있는
눈 앞에 펼쳐진 안식의 바다
망각의 물속으로 들어가
스렁 스렁 스렁 물에 잠겨
스렁 스렁 스렁 사라지니
스렁 스렁 스렁 물의 정령
스렁 스렁 스렁 깊은 물속
사라지기를 아무런 감정 없이
버려지기를 아무런 바램 없이
잊혀지기를 모두의 그리운 얼굴
지워지기를 나의 모든 이들
나의 손을 잡아
서로의 상혼을 알기에
상실의 평온을 꿈 꾸며
망각의 물에 입 맞춤을
스렁 스렁 스렁 물에 잠겨
스렁 스렁 스렁 사라지니
스렁 스렁 스렁 물의 정령
스렁 스렁 스렁 깊은 물속
어서와 이곳이 우리의 마지막 집
밑으로 심연을 향한 끝없는 침잠
빛도 소리도 사라진 차가운 세계
네 손의 온기만 남은 깊은 물속
연을 끊은 자
상처의 위로
소멸의 의식
차가운 세계
시간의 중단
끝을 향하는
황홀한 풍경
깊은 물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