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여 춘향이가 오리정으로 이별허러 나갔다 허되, 그럴 리가 있겠느냐? 내행차 배행시에 육방관속이 오리정 삼로 네거리에 늘어서 있는디, 염치있고 체면 있는 춘향이가 서방 이별헌다 허고 퍼버리고 앉어 울 수가 없지.
꼼짝달싹 못허고, 저희 집 담장 안에서 이별을 허는디,
와상 우에 자리를 펴고 술상 채려 내어 놓으며, “아이고, 여보 도련님. 기왕에 가실 테면 술이나 한 잔 잡수시오. 술 한 잔을 부어 들고 권군갱진일배주허니, 권할 사람 뉘 있으며 위로헐 이 뉘 있으리. 이 술 한 잔을 잡수시고 한양을 가시다가 강수청청 푸르거든 원함정을 생각하고, 마상으 뇌곤허여 병이 날까 염려오니, 행장을 수습허여 부디 평안히 행차허오.”
“오냐, 춘향아, 우지 마라. 너와 나와 만날 때는 합환주를 먹었거니와, 오늘날 이별주가 이게 웬일이냐? 이 술 먹지 말고 이별 말자. 이별 근본 니 들어라. 하량낙일수운기는 소통국의 모자 이별, 용산의 형제 이별 서출양관무고인이라 이런 이별 많건마는, 너와 나와 당헌 이별, 만날 날이 있을 테니 설워 말고 잘 있거라.” 도련님이 금낭 속에서 추월같은 대모색경 춘향 주며 하는 말이, “이 애, 춘향아. 거울 받어라. 장부의 맑은 마음, 거울 빛과 같은지라. 날 본 듯이 내어 보아라.” 춘향이 그 거울 간수허고, 저 쩟던 옥지환을 바드드드득 빼어 내어 도련님 전 올리면서, “옛소, 도련님, 지환 받으오. 여자의 굳은 절개 지환 빛과 같사오니 이걸 깊이 두었다가 날 본 듯이 두고 보소서.” 피차 정표한 연후에 떨어지지를 못허는구나.